다시말해 ‘신화’라는 종목 안에서도 유독 희랍 신화만 각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판계에서는 적지 않은 신화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는 왜 우리가 신화에 열광하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책들도 많다.
우선 신화학의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책으로는 마르셀 데티엔의 ‘신화학의 창조’(이끌리오)와 안진태 교수(강릉대)의 ‘신화학 강의’(열린 책들)가 돋보인다. 직접적인 신화 도서는 아니나 노스럽 프라이의 ‘비평의 해부’(한길사)와 그에 빚진 헤이든 화이트의 ‘19세기 유럽의 역사적 상상력’(문학과 지성사) 그리고 토마스 만의 최근 번역 소설 ‘요셉과 그 형제들’(살림) 등에서 각각 문학 비평, 역사학 이론, 소설에서 발휘된 ‘신화학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또 20세기 신화학 3대 스타들이 내놓은 책은 신화학을 공부하는데 거쳐야 할 필수 관문이다. 조지프 캠벨의 ‘신의 가면’(까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민음사), M. 엘리아데의 ‘우주와 역사’(현대사상사) ‘종교형태론’(한길사), C. G. 융의 ‘심리학과 종교’(창) 등이 있다. 캠벨의 TV 대담 ‘신화의 힘’(고려원)은 서점에 따라 구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절판 상태라서 구하기가 힘들다는 점이 단점이다.
신화학의 원조라 할 만한 ‘신화스타’ J. G.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삼성출판사)는 고전적인 가치를 지닌다.
같은 주제를 담은 여러 지역의 신화를 가로 지르는 재미도 각별하다. J. F. 비얼레인의 ‘세계의 유사신화’ ‘살아있는 신화’(세종서적), 신화아카데미의 ‘세계의 창조신화’(동방미디어), 엘리아데, 캠벨, 골로빈의 ‘세계 신화 이야기’(까치), 자크 브로스의 ‘나무의 신화’(이학사), 이경덕의 ‘신화로 보는 악과 악마’(동연출판) 등을 들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듯 우리나라 독자들이 가장 널리 읽은 희랍 신화는 1855년에 나온 토머스 불핀치판이다. 하인리히 슐리만이 트로이아와 뮈케이나를 발굴하기 전에 나왔음은 물론, 로마에 의해 그리고 다시 기독교에 의해 변질된 희랍 신화를 담고 있다. 유재원 교수(한국외국어대)의 ‘그리스 신화의 세계’(현대문학)가 돋보이지 않을 수 없다. 그 누구의 희랍 신화가 아닌 고대 희랍인들의 희랍 신화를 전하는데 열심이다.
작가 이윤기는 “우리가 유재원 교수를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관한 한 더 이상 토머스 불핀치 따위의 신세를 지지 않아도 좋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별 지역의 신화를 소개한 책들로는 하인리히 짐머의 ‘인도의 신화와 예술’(대원사), 케빈 홀런드의 ‘북유럽 신화’(현대지성사), 칼 토베의 ‘아즈텍과 마야신화’(범우사), 김열규 교수(인제대)의 ‘한국의 신화’(일조각), 박시인의 ‘알타이 신화’(청노루), 무경의 ‘베트남의 신화와 전설’(돌베게), 체렌소드놈의 ‘몽골 민간신화’(대원사) 등이 관심 있는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신화는 정재서 교수(이화여대)의 ‘불사의 신화와 사상’(민음사), 김선자의 ‘중국변형신화의 세계’(범우사), 원가의 ‘중국 신화전설’(민음사), 하신의 ‘신의 기원’ (동문선) 등이 특기할 만 하다.
고대 근동은 히브리대학에서 수메르어 문법을 연구하여 학위를 받은 조철수의 ‘메소포타미아와 히브리 신화’(길), 사무엘 H. 후크의 ‘중동 신화’(범우사) 등이 있다.
신화학은 고전학, 언어학, 인류학, 종교학 등 기초 인문학이 그 바탕이다. 물리 생물학같은 기초 과학의 경우와 비교하면 기초 인문학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다. 같은 기초 분야라고 해도 경제성면에서 다르기 때문일까?
경제적 가치는 확실치 않아도 학술적, 문화적 가치는 높다고 판단되는 해외 신학서적 두권을 소개하고 싶다.
제인 E, 해리슨의 ‘희랍종교 연구 서설’ (Prolegomena to the Study of Greek Religion)과 칼 케레니의 ‘희랍 신화’(Die Mythologie der Griechen)가 그것이다. 해리슨은 탁월한 고전학자로 국내에 ‘고대 예술과 제의’(예전사)라는 제목의 책이 나와 있다.
표정훈(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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