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반지의 제왕', 거대한 악의 그림자가 달려온다

  • 입력 2001년 12월 20일 17시 49분


《판타지 문학의 대부 J.R.R 톨킨 원작의 3부작 영화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그 가운데 곧 국내 개봉될 1편 ‘반지 원정대’(The Fellowship of the Rings)에 영화 팬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2, 3부 포함)인 2억7000만달러를 들인 이 영화는 어드벤처 무비(모험 영화)의 지형도를 달라지게 했다. 해외 영화 평단은 이 영화에 대해 ‘영화사를 바꾼 10대 걸작’(영국 일간지 ‘더 선’) ‘올해 최고의 영화’(미국 연예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할리우드의 모든 요소를 녹여냈다〓이 영화는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단순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선(善)을 제압하는 ‘절대 반지’를 되찾아 어둠의 세계를 부활시키려는 마왕 샤우론. 그에 맞서 호빗 종족의 청년 프로도(엘리야 우드)가 마법사 간달프(이안 매켈런), 전사 아라곤(비고 모르텐슨) 요정 레골라스(올랜도 블룸) 등과 합세해 싸운다는 줄거리다. 1편 제목인 ‘반지 원정대’는 프로도 등 호빗 청년들로 구성된 부대로 절대 반지를 없애기 위해 샤우론의 소굴을 찾아간다.

예고편 보기

얼핏 ‘반지의 제왕’은 악과의 싸움을 그린 영화로 비친다. 하지만 뉴질랜드 출신의 감독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을 단순한 선악 대결이 아닌 거대한 모험 영화로 만들었다.

프로도 일행이 절대 반지를 없애려는 과정에는 ‘인디애나 존스’의 모험심, ‘글래디에이터’의 비장함이 묻어난다.

▽사실적인, 너무도 사실적인〓‘반지의 제왕’이 이전 어드벤처 영화와 궤를 달리하는 것은 탁월한 시각 효과다. 컴퓨터 그래픽, 미니어처를 결합시킨 웅장한 파노라마가 화면 가득히 펼쳐진다. 잭슨 감독의 카메라는 고향인 뉴질랜드의 광활한 평야와 설산 등을 2년 동안 훑으며 프로도 일행의 여정을 담아냈다.

특히 푸른 들판과 깍아지른 절벽, 만년설 덮인 설산을 촬영한 뒤 컴퓨터그래픽으로 교차 편집해 프로도의 여정을 담은 화면은 다큐멘터리도 소화하기 힘든 장관으로 꼽힌다.

▽악의 힘, 그리고 성악설(性惡說)〓기존 어드벤처 영화와 구분짓는 또 하나의 요소는 악의 존재를 뚜렷히, 그리고 힘있게 부각시킨 점이다.

기존 어드벤처, SF영화에서 타도할 대상으로 나오는 악마는 이 영화에서 절대 반지의 창조자이자, 부활을 꿈꾸는 거대한 ‘에너지’로 탈바꿈한다.

영화 초반 샤우론의 명령을 받고 프로도 일행에게서 절대 반지를 뺏으려는 흑기사들은 ‘검은 카리스마’마저 풍긴다.

이렇게 영화 속에서 ‘검은 힘’이 빛을 발하는 것은 감독 피터 잭슨의 이력과 직결되어 있다. ‘고무 인간의 최후’(1987년) ‘데드 얼라이브’(1992년) 등의 공포영화에서 강력한 좀비(zombie·악의 힘 등 초자연력으로 되살아난 시체) 캐릭터를 만들어낸 잭슨은 ‘반지의 제왕’에서도 어둠에 대한 ‘편애’를 감추지 않았다.

1편에서는 살짝 공개된 샤우론은 4년 전 SF액션영화 ‘스폰’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된 ‘사이버 악마’에서 진일보했다는 평. 샤우론은 2002년 말 공개될 2편 ‘두 개의 탑’(The Two Towers)과 2003년 말 3편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에서 본격 등장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그러나…〓국내에서 톨킨의 원작 소설이 6만여부 판매에 그쳐 영화 ‘반지의 제왕’은 ‘마니아’ 중심의 이야기가 될 공산이 크다. 이는 특히 국내에서 원작이 400만부 이상이 나간 ‘해리포터’와 비교된다.

2시간58분의 상영 시간도 다소 부담스럽다. 게다가 1편은 프로도가 샤우론의 소굴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끝나 이야기의 완결을 바라는 관객들은 실망할 수 있다. 또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마니아들이 일부 번역에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개봉 1월4일.

<이승헌기자>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