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충무로에 나도는 ‘이상한’ 흥행 법칙이다. 올해 영화의 제작비와 흥행 결과를 비교해보면 쏟아부은 돈과 흥행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 참조>
▽‘20당(當) 40락(落)’〓우연한 얘기가 아니다. ‘엽기적인 그녀’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 등 서울 기준으로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기록한 ‘대박’ 영화들은 20억원대의 순수제작비가 투입됐다. 입장권 수입만 약 415억원을 기록한 ‘친구’는 18억원이었다.
이에 비해 ‘무사’ ‘화산고’ ‘흑수선’ 등 40억원 이상이 들어간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은 기대에 못미치는 흥행실적으로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무사’는 서울 기준으로 87만명에 그쳤고 ‘화산고’ ‘흑수선’도 100만명 돌파를 낙관하지 못하는 처지다.
제작비 20억원의 경우 손익분기점이 되는 관객 수는 대략 서울 30∼35만명(전국 100만명). 이 수치는 순수제작비의 30∼40%에 이르는 마케팅 비용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므로 순수제작비 55억원을 투자한 ‘무사’는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셈이다.
▽20억원대의 영화가 성공한 이유〓영화 ‘달마야…’의 제작사인 ‘시네월드’의 정승혜 이사는 “영화가 성공하려면 2시간 동안 재미있게 영화를 보고 싶다는 관객들의 기호와 욕구를 읽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짜임새있는 드라마 구성 △확실한 웃음 또는 액션 △스타 파워를 갖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달리 말해 4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쏟고도 실패한 영화들은 이런 요소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많이 쏘면 많이 번다?〓그럼에도 ‘많이 쏘면 많이 번다’는 충무로의 마케팅 전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100억원) ‘아 유 레디?’ ‘2009년 로스트 메모리즈’(60억원) 등 대작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붓는 만큼 200여개에 이르는 개봉 스크린에 10∼2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할리우드식 물량 전략이 불가피하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올해 흥행 추세를 분석해 보면 새 장르에 대한 도전과 실험만으로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어떤 영화든 관객의 기호나 유행 코드와 결합되어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영 화 | 순수제작비 | 서울 관객 |
---|---|---|
무사 | 55억 | 87만 |
*화산고 | 48억 | 40만 |
*흑수선 | 43억 | 41만 |
신라의 달밤 | 30억 | 160만 |
조폭마누라 | 25억 | 146만 |
킬러들의 수다 | 25억 | 89만 |
*달마야 놀자 | 20억 | 126만 |
친구 | 18억 | 257만 |
엽기적인 그녀 | 17억 | 176만 |
쉬리(99년) | 23억 | 244만 |
공동경비구역 JSA (2000년) | 29억 | 244만 |
*는 개봉중 영화로 관객 수는 16일까지 집계한 것. 제작비는 제작사와 영화자료를 종합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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