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맞은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사바운-미완드의 힌두쿠시컵 축구대회 결승을 지켜본 자퍼 제퍼리(17)가 외친 첫 마디는 “자유”였다.
5년간 ‘철권통치’를 했던 탈레반 정권이 미국의 반테러전쟁으로 붕괴하자 아프가니스탄의 축구에도 ‘자유’를 가져왔다.
이날 경기는 탈레반 붕괴 후 벌어진 첫 국내 메이저 축구경기. 이날 양 팀 선수들은 여느 축구대회와 마찬가지로 짧은 반바지를 입고 출전했고 수천명의 관중은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5년간 이 경기장은 ‘축구장’이 아니었다. 선수들은 짧은 유니폼을 못 입고 긴 바지유니폼을 입고 출전해야 했다. 또 턱수염을 길게 길러야 했다.
관중은 함성을 지를 수 없었고, 심지어 헤드기어를 쓰고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경기장에서는 종교경찰이 채찍을 들고 감시하며 플레이 중에도 경기를 중단시키고 기도를 시키기도 했다. 하프타임은 죄수들을 공개적으로 처형하는 시간이었다. 한마디로 축구장이 아니라 ‘사형 집행소’란 표현이 더 어울렸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선수들은 서구스타일의 유니폼을 입고 플레이했다. 턱수염을 깨끗하게 면도한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미완드 선수들은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팀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고 사바운 선수들은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팀과 비슷한 셔츠와 짧은 팬츠를 입고 경기에 임했다. 스탠드의 관중도 그동안 지르지 못한 함성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맘껏 질러댔다. 물론 사형집행도 없었다. 거리곳곳에서 어린이들이 축구하는 모습도 이젠 자연스러운 게 됐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