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가세가 기울어 군대를 다녀온 후 85년 한양대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바꿨다. 연극영화과 재학시절에 나는 연출에만 관심을 뒀지 연기에는 전혀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던 89년 우연히 영화 ‘아다다’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개그우먼 박미선과 나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85학번 사이에서 지금도 ‘2대 불가사의’로 불린다. 박미선은 연극 배우 유망주였고, 나는 감독 지망생이었는데 둘다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기억에 남는 영화는 89년 ‘구로 아리랑’과 92년 ‘하얀 전쟁’이다. ‘구로 아리랑’때는 서울 구로공단을 찾아가 노동자 생활을 체험했던 기억이 난다. ‘하얀 전쟁’에서 월남전의 상흔으로 고통받는 변진수 일병 역은 젊은 시절 방황했던 내 모습과 닮았다.
나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95년 ‘테러리스트’에서 냉정한 형사와 96년 ‘코르셋’에서 코믹한 샐러리맨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감독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배우로 접근했던 영화를 내손으로 직접 연출하고 싶었다. 요즘은 시나리오와 주연, 각본 등을 맡은 멜로 영화 ‘몽중인’의 후반작업을 하고 있다. 96년 ‘귀천도’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영화의 흥행 여부를 떠나 내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어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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