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 동안, 20명의 저명한 현대 작가들은, 27명의 성경연구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협조 속에, 성경을 현대 문학언어로 각색(?)하는 최초의 모험에 도전한 것이다. 성경연구가가 성경 구절의 신학적 의미를 해석하고 설명하면, 작가는 그 의미를 최대한 보전하면서 문학언어로 맵시 있게 옷을 입힘으로써 현대 문학언어로 개역된 21세기 첫 성경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새 성경 편집위원회의 마크 스뱅은 최근 인터뷰에서 오늘날 서구사회를 일컬어 “위대한 신앙 텍스트인 성경이 미술, 음악, 문학 등 예술 분야의 코드로 사용되지 못하는 탈종교화된 사회”라고 진단하고, 성경이 현대문화 속에서 살아 숨쉬고 미래 세대에 전수되기 위해서 “성경의 메시지는 좀더 현대적인 언어로 탈바꿈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40여 명의 저자가 무려 10세기 이상에 걸쳐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한 책, 원본 없이 사본과 번역본만이 존재하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 스테디셀러가 된 성경은 아무나 쉽게 손대지 못하는 ‘성스러운 책(the Holy Scripture)’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시대와 사회, 언어의 변천에 따라, 기독교의 확산에 따라, 특히 역사상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하는 시기에 어김없이 새로운 성경이 출현한 것도 사실이다.
히브리어, 아람어, 헬라어를 거쳐 서구에 라틴어 성경이 자리잡은 후에도 중세와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성경 번역 작업은 계속된다. 한결같이 소수 권력 계층이 독점하던 성경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성경으로 탈바꿈시켜, 신의 말씀을 직접 듣게 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었다.
새 성경의 이중주가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낼지 불협화음이 될 지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 밖이다. 새 성경의 이색적인 시도에 프랑스 종교계는 의외로 조용하기만 하다. 갈수록 신도수가 줄어드는 늙은 카톨릭 국가인 프랑스(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01년 현재 카톨릭 신자는 68%로, 이중 절반은 64세 이상이다)에 아름다운 문학 성경이 한 권쯤 더 있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임준서(프랑스 LADL자연어처리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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