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아사히가 본 히딩크호 1년

  • 입력 2001년 12월 28일 19시 55분


지난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공격하고 있는 박지성
지난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공격하고 있는 박지성
“새로운 선수의 테스트는 벌써 끝났다”.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9일 미국과의 평가전이후 이같이 말했다.

취임 1년.

‘스피드’를 핵심으로 하는 전술상의 방향과 그것을 구현하기위한 선수 구성은 확실해 졌다.

‘국민의 염원’이라는 언론의 표현처럼 한국의 2002 월드컵 16강 진출은 가능할까. 한국 대표팀의 지난 1년을 돌아본다.

히딩크 감독의 말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 11월 8일 세네갈과의 평가전때 기자회견 내용.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피드다. 오늘은 누구 한 사람 빠지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그래서 팀 전체의 기동력도 상당히 좋았다. 여러분도 그렇게 보았을 것이다”

한국팀은 이날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과 개인기로 밀어붙이는 세네갈에게 전반에 한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내용면에선 한국이 주도한 경기였다. 한달 뒤 미국전에서는 수비의 조직력과 패스 연결의 속도가 한층 더 빛났다.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 8월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0-5로 진 후, ‘오대영’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비난에 시달렸던 히딩크 감독. 새로운 선수를 소집 할 때 마다 “시간이 없다. 언제 베스트 멤버를 확정할 것인가”라며 안달하는 기자들에게 “걱정하지 마라. 지금은 준비 단계다”며 달래듯이 설득한 적도 있었다.

지난 1년동안 한국 대표는 확실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개인기에 의존해 허술한 인상마저 주던 스타일은 훨씬 조직적으로 되었다.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토탈 축구를 낳은 모국 네덜란드의 전통을 계승하는 히딩크 감독이 중용 하는 선수의 특징은 명확하다.

상대에게 압력을 거는 타이밍의 속도와 끈질김, 공격할때의 신속함, 그 스피드를 90분 간 유지 할 수 있는 타입이다.

미드필더 송종국(부산) 이을용(부천) 김남일(전남), 포워드 최태욱(안양).

언뜻 보기에 역량이 부족한 것 같고 지난해까지 A매치 경험이 별로 없었던 조연들이였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미드필더의 핵은 박지성(쿄토)이다. 그는 한국팀 공수연결의 중심이다.

몇년 전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던 ‘젊은피’이천수(포워드·고려대)도 공격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스타 MF인 윤정환(세레소 오사카)이나 고종수(삼성)가 대표팀에서 빠진 이유도 스피드를 중시하는 히딩크의 스타일 때문.

두 선수는 뛰어난 개인기를 보유, 경기가 잘 안풀릴때 돌파구를 찾아낼수 있지만 공수의 전환은 늦다.

히딩크 감독은 "수비를 할 수 없는 예전 개념의 게임 메이커는 필요 없다”라고 말했다.

유럽파인 설기현(벨기에·안더레흐트)과 안정환(이탈리아·페루자)에 대한 평가도 그리 높지 않다.

소속 클럽에서의 실전 부족이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것을 염려한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세네갈과의 평가전 후“두선수는 시합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한국으로 불러들이던지 경기에 자주 나갈수 있는 하위 팀으로 이적 시키는 것이 좋다“ 며 문제점을 거론했다.

향후 한국팀의 관심사는 센터 백이다. 그 자리는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홍명보(포항)가 계속 지켜 왔다. 하지만 홍명보가 부상당한 8월 이후 송종국이나 유상철이 그자리를 맡아 수비를 안정시켰다.

프랑스전에서 눈에띄게 상대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던 홍명보가 부상에서 복귀 후에도 대표로 기용될지는 의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뜻밖의 말도 했다.

한국 선수를 유럽과 비교했을 때, 크게 부족한 것은 ‘기술’이 아니리 ‘힘’이라는 지적을 한 것.

아시아국가 중 힘과 체력면에서 단연 주목을 받았던 한국도 세계 수준의 팀과 비교하면 힘이 약하다는 것이 히딩크 감독의 생각.

월드컵 조별예선리그의 상대가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로 정해진 후 히딩크 감독은 세계 랭킹 4위의 포르투갈보다 ‘힘으로 상대를 밀어 붙이는 폴란드가 더 벅차다’고 말했다.

한국은 내년 3월까지 해외원정길에 오른다. 미국에서 열리는 북중미 골드컵 출전을 시작으로 남미, 유럽 등을 돌며 훈련을 할 예정이다.

일본의 조편성과 비교해 한국축구팬들 사이에서는 ‘16강 진출’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지칠줄 모르는 선수들의 팀워크가 최고조에 달했을때 16강의 문은 열릴 것이다.

아시히 닷컴 정리=<민진기 동아닷컴 기자>jinki20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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