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엥겔감독은 영웅…포르투갈도 해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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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유럽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의 겨울은 밤이 길다. 오후 4시쯤이면 하늘이 어둡다. 한낮의 최고 기온이 섭씨 영하 5∼6도인 매서운 날씨. 게다가 많건 적건 거의 매일 눈이 내리는 탓에 거리는 잔뜩 움츠러든 느낌이었다.
그러나 축구에 관해서라면 현지의 분위기는 ‘뜨겁게 흥청거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지난해 12월1일 부산에서 열렸던 2002월드컵 본선 조 추첨의 결과가 이곳에서는 ‘매우 희망적인 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임이 분명한 듯했다.
폴란드에서는 D조에 속한 한국을 개최국이기는 하지만 부담 없이 싸울 수 있는 팀으로 여기고 있었고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난적’ 포르투갈조차 ‘해볼 만한 상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바르샤바에서 만난 크쉬쉬토프 플리스토는 “이곳 시민들은 월드컵 조 추첨 결과가 예상보다 좋아 크게 안심하는 분위기”라며 월드컵에 대한 큰 기대를 밝혔다. 열렬한 축구팬이라는 마레 쿠델스키는 한 술 더 뜬다. “D조에서의 승산은 폴란드에 있다”며 “결승 진출은 어렵더라도 그 전까지는 승승장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하우 리츠키비에츠 폴란드 축구협회장 역시 “아르헨티나 또는 잉글랜드와 같은 조에 속하지 않은 것이 아주 다행이다. 폴란드 축구팬들은 같은 조에 속한 3개팀이 모두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는 데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르투갈을 최강으로 보고 폴란드 미국 한국이 조 2위를 다툴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에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지금 폴란드 축구의 열기는 지난해 16년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한 이후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다. 폴란드 언론은 연일 예르지 두데크, 에마누엘 올리사데베, 토마시 하이토 등 축구 스타의 스토리를 다루기에 바쁘고 대표팀 예르지 엥겔 감독을 ‘영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실제로 지난해 엥겔 감독이 쓴 ‘축구란 이런 것(Futbol na tak)’이라는 자서전 성격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돼 요즘은 시중 서점에서 구하기 어려울 정도란다.
달아오른 국민적인 열기에 맞춰 폴란드 축구협회도 올 시즌부터 국내 리그의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1부리그 16개팀이 2개조로 나뉘어 전, 후기 리그를 치르는 경기 방식은 유럽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폴란드만의 독특한 ‘발명품’이다.
월드컵에서 폴란드와 한국이 같은 조에 속하면서 이곳 한국 대사관도 다른 무엇보다 축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국 대사관에서는 아예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월드컵”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송민순 주 폴란드 한국 대사가 주최한 ‘한국-폴란드 친선 교류의 밤’에는 엥겔 감독과 리츠키비에츠 축구협회장이 특별 초청되기도 했다.
2002월드컵 그라운드에선 한치의 양보도 없을 ‘적수’. 하지만 한국과 폴란드는 ‘한 조에 속한’ 인연으로 이렇듯 서로를 알기 위한 ‘우정’을 발휘하고 있었다.
폴란드 현지 취재<바르샤바=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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