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년 흑말띠 운세]처음엔 투쟁과 불화…나중엔 화해와 내실

사람은 천지(天地)에 운행하는 자기장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동양철학에서는 이 자기장을 오행(木, 火, 土, 金, 水)으로 구별하고, 오행의 상생·상극 등 변화에 따라 해마다 각기 다른 성질을 지니게 된다고 본다. 이른바 60갑자(甲子)라는 ‘기(氣) 코드’가 매해의 특성을 알 수 있게 해준다.

2002년 임오(壬午)년의 경우 천간(天干)의 ‘임(壬)’은 북방의 물기운(水)을 표시하는 기 코드로 어둠에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려는 성질이 있고, 지지(地支)의 ‘오(午)’는 남방의 불기운(火)을 표시하는 기 코드로 임에서 태동한 생명기운을 시기하며 밀어내려는 성질이 있다.이렇게 물기운과 불기운이 서로 상극(相剋)하는 임오의 속성에 따라 세상사도 그 영향을 받게 마련. 즉 강자와 약자 혹은 윗사람과 아랫사람간에 투쟁과 불화가 생김을 암시하는 것이다. 실제로 60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임오년에는 한반도에 반란이나 변란, 괴질, 흉년 등 좋지 않은 일들이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임오는 상극작용을 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서로 화합해 목(木)기운으로 변하는 성질도 있다. 음양오행 이론으로 목은 인(仁)을 상징하므로,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힘겨루기 같은 양상이 벌어지다가 끝에 가서는 화해와 내실을 다져나간다는 의미다.

더구나 올해는 말(馬) 중에서도 흑말에 해당하는 해다. 말은 역학(易學) 논리로 권위의 상징인 동시에 달리다 지치면 갈아타는 교통수단으로 인식돼온 동물. 이를 인간사로 비유하자면 흑말띠 해에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등장과 함께 상극하던 두 기운이 상생으로 변해 재출발 같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경 대 철학박사·삼성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