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전망]일본, 제조업가지 휘청…위기감 고조

  • 입력 2001년 12월 31일 16시 58분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경제전문가들은 새해 세계경제의 최대 골칫거리로 단연 일본경제를 꼽고 있다. 영국의 중앙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이 아르헨티나와 터키에 이어 국제 금융불안의 중심지가 될지 모른다”며 일본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본은 세계경제의 ‘폭탄’될까〓일본경제의 침체는 1980년대 고성장기에 자본을 대량으로 투입하는 과정에서 폭증한 부실여신에서 비롯한다.

90년대 들어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0%에 달할 정도로 공적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아직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 금융청은 일본의 부실채권 총액을 31조8000억엔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경영 악화에 따른 추가 부실을 포함하면 실제는 100조∼150조엔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잠재부실이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한꺼번에 터져나올 경우 세계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것이 ‘일본발 경제위기’의 시나리오다.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경제재정장관까지 최근 “일본이 부실채권 등 구조적 문제를 정면 승부하지 않으면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혀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제조업마저 위기상황〓10여년간 불황이 지속돼도 일본이 여유를 보였던 이유는 경제의 성장엔진인 제조업에 대한 신뢰 때문. 그러나 최근 제조업 부문에서도 심각한 위기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작년 4∼9월 일본의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7.8% 감소했다. 전자제품은 더욱 심각해 소니 히타치 마쓰시타 도시바 등 일본을 대표하는 7개 전자업체는 2001년 4월부터 2002년 3월까지 1년간 총 1조1400억엔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7개사의 이익 감소분은 재작년 일본 전체 제조업 순익의 40%가 넘는 수준.

디플레이션으로 상품가격이 떨어지는데도 소비는 계속 위축돼 경기회복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 물건이 안 팔리니 제품가격은 더 떨어지고 기업의 형편이 나빠져 실업률은 5%대를 뛰어넘고 또다시 수요감소로 고통을 겪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엔저(低)’ 탈출구 될까〓일본은 작년에 이미 금리가 ‘제로상태’에 이르러 통화정책의 수단을 잃었다. 막대한 정부부채로 재정정책 수단까지 마비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선택한 마지막 수단이 ‘엔저 카드’인 셈.

그러나 이같은 일본정부의 엔저정책이 오히려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일본 경제가 환율정책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탈출하려 할 경우 잘못하면 ‘환율전쟁’을 일으켜 세계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면서 “일본 경제의 회복은 소비진작 등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일본 수출증가율 추이(전년동기대비, 단위:%)
시기실업률
1998년-0.6
1999년-6.1
2000년8.6
2001년 1·4분기3.2
2·4분기-3.4
3·4분기-8.7
10월-9.1
(자료:일본 재무성)

일본 실업률 추이(단위:%)
시기실업률
1997년3.4
1998년4.1
1999년4.7
2000년4.7
2001년 1·4분기4.8
2·4분기4.9
3·4분기5.1
10월5.4
(자료:일본 총무성 통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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