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구급대원들이 연말에 취객들을 상대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늦은 밤 택시 잡기가 힘들자 술에 취한 일부 시민들이 119로 출동신고를 한 뒤 막무가내로 집까지 데려다 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
지난해 12월31일 새벽 서울 종로소방서로 한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인근 주택가에 행인이 쓰러져 있다는 것. 그러나 현장으로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찾아낸 것은 행인이 아니라 만취상태의 50대 남자. 구급대원들은 “무조건 일산의 내집으로 가자”는 취객과 1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겨우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길 수 있었다.
종로소방서 구급대원 신화철 소방교(33)는 “야간 출동의 절반 이상이 취객들의 신고전화”라며 “최근에는 함께 술을 마신 동료가 신고한 뒤 ‘모르는 사이니 병원으로 옮겨 달라’고 말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방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밤늦게 현장에 출동했다가 이미 고주망태가 된 신고자의 술주정을 상대하느라 애를 먹는다.
서울 소방방재본부에 따르면 12월 들어 하루 800여건의 출동건수 중 30%가 이런 취객들의 신고로 집계됐다.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엉터리 신고 전화로 인해 응급상황에 처한 다른 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취객들이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