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개수로 영화에 점수를 매기는 건데요, 미국에서는 완전히 자리잡은 방식이죠. 국내에서는 95년 영화주간지 ‘시네21’이 창간하면서 시작됐지요. 동아일보 영화면에도 평론가들의 별점이 20자평과 함께 실리고 있습니다.
긴 영화평 대신 간단명료한 20자평과 별점만 보고 개봉 영화를 판단한다는 분도 꽤 많더군요.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별점에 대한 원성(?)이 자자한데요, 몇 개월씩 고생해 만든 작품을 고작 별점 몇 개로 평가할 순 없다는 거죠.
심지어 송능한 감독은 영화 ‘세기말’에서 극중 시나리오 작가의 입을 빌어 “사랑하는 대상에게는 별점을 매길 수 없다”며 “별점을 매기는 것은 천박한 짓”이라고 별점 평론가를 공격합니다.
저도 (영화 담당 기자를 하기 전까지는) 다른 면에서 별점에 대해 불만이 있었죠. 별점은 한국 영화나 예술 영화만 ‘편애’한다는. 이런 의혹(?)은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합니다. 사석에서 한국 영화는 외화보다 별 반 개나 한 개 쯤 더 준다고 말하는 평론가도 있으니까요.
지난해 개봉했던 외화 중 저는 ‘메멘토’를 재밌게 봤는데요, 당시 메멘토가 받은 별점은 세 개였죠. 별점을 줬던 평론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한국 감독이 만들었다면 별을 몇 개 주겠느냐”고. 대답은? “별 다섯”. --;;
고백하자면, 이런 일은 저부터 반성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오락성이 예술성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영화 담당을 맡고부턴 저 역시 예술영화나 한국영화에 대해 ‘팔이 안으로 굽은’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젠 한국 영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보다 냉정한 시각이 필요할 때 같습니다.
별점에 관한한 평론과 관객의 ‘거리’도 점점 멀어져, 이제는 별점을 알아서 ‘해독’하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한국 영화의 별점은 무조건 하나를 깎는다, 별 네 개 반이 넘는 영화는 (‘평론가나’ 좋아할 어려운 영화니까) 안본다….
‘봄날은 간다’의 제작자인 차승재 대표의 경우 개봉전 이 영화가 평단의 호평을 받자 “흥행 안되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는군요. 지난해 대박을 터트렸던 한 제작자는 “흥행에는 차라리 별 셋이나 셋 반이 더 낫다”고도 하네요.
윽, 혹시 이 컬럼에 대해서도 누군가 별점을 매기는 건 아니겠죠? 만약 그렇다면, (흥행을 고려해) ★★★만 주세요! 〓^^〓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