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눈송이는 다양성과 질서의 결정체

  • 입력 2002년 1월 6일 17시 39분


눈의 계절이 왔다. 세상에는 눈 결정만큼 천태만상인 것도 없다. 자연이 창조하는 눈 결정은 어느 하나도 서로 똑같은 것이 결코 없다. 눈 결정은 형성 당시의 조건에 따라 제각각 다른 모습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일본 홋카이도대 저온연구소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물리학과는 아름다운 눈 결정의 세계를 사진에 담고, 직접 눈 결정을 만드는 실험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런 인공눈 만들기 실험을 통해 온도와 습도 차이가 판모양, 별모양, 기둥모양, 바늘모양, 나뭇가지모양 등 다채로운 눈 결정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눈 결정의 세계에는 다양성과 질서가 공존한다. 조금씩 모양이 다르면서도 6각형 대칭구조가 반복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는 물이 얼 때 물 분자 6개가 좀더 안정된 상태가 되기 위해 마치 강강 수월래를 하듯이 손을 마주 잡기 때문이다.

눈은 0℃ 이하에서 수증기가 응결돼 생기는 결정들이 모여서 만든 집합체이다. 하지만 수증기가 영하로 떨어진다고 무조건 눈 결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작은 수증기들을 모아줄 핵이 필요하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은 먼지이다. 핵이 없어 영하로 떨어졌는데도 얼지 못하는 상태를 ‘과냉각’이라고 한다. 과냉각 상태의 수증기는 먼지와 만나는 순간 달라붙어 눈 결정을 만든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눈 결정들은 구름 속에서 서로 부착하면서 변화하는 온도와 습도에따라 덩치가 커져 다양한 형태의 눈송이나 싸락눈이 된다.

눈 결정은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큰 것도 많다. 현미경이 없었던 시절에도 천문학자 케플러는 ‘6각형 눈송이에 대해’라는 제목의 짧은 논문을 썼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데카르트도 눈 결정을 스케치했다. 그는 6각형 결정 위에 또 다시 6각형 결정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을 보고 자연에 질서가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됐다.

누구나 손쉽게 눈 결정의 세계에 빠져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돋보기로 관찰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쁜 결정을 찾아내려면, 이곳 저곳 눈 쌓인 곳을 찾아다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좀더 전문적인 관심이 있다면 보석상이나 시계 수선공이 쓰는 소형 확대경을 카메라에 붙여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드라이아이스, 스폰지, 페트병, 실이 있으면 직접 눈 결정을 만들어 관찰할 수도 있다.(눈결정 제조방법은 www.dongaScience.com 참조) 눈 덮힌 세상은 고요하다. 느낌으로만 그런 게 아니다. 실제로도 아주 조용하다. 눈은 소리를 흡수하는 성질이 강해, 눈이 쌓이면 잡음이 사라진다. 눈덮힌 세상의 적막감은 마음과 과학이 함께 빚어낸 걸작품이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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