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울릉도에 들어갔던 관광객 1000여명이 폭풍주의보로 여객선 운항이 끊기자 울분을 토했다. 이들 중 일부는 4일과 5일 울릉군청으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기 안산에서 온 관광객은 "연월차 휴가를 내 마음먹고 울릉도에 왔는데 새해 일출은 보지도 못하고 5일이나 발이 묶여 분통이 터진다"며 "두번 다시 울릉도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관광객은 "새해 인사도 다니고 해야 하는데 이렇게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게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관광객들은 폭풍주의보가 해제된 6일 아침에야 6일만에 육지로 돌아갔다.
지난해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은 18만 2000명. 울릉군이 예상한 22만명에 크게 못미쳤다. 가장 큰 이유는 날씨 탓. 울릉∼포항을 하루 1번씩 왕복하는 2600t급 여객선이 폭풍주의보 때문에 결항한 횟수가 지난해 84회에 달했다.
울릉도 관광객은 여객선 결항횟수에 좌우될 정도. 결항횟수가 60회 가량이던 96년과 97년의 경우 울릉 관광객은 21만명에 달했으나, 결항이 90∼100회 가량이던 98년과 99년의 관광객은 15명 선으로 뚝 떨어졌다.
울릉주민들은 "울릉도가 국민들이 가장 찾고 싶은 섬인데도 교통 때문에 관광객이 줄어들고 주민들이 하나둘씩 떠난다"며 "정부가 나서 이 문제를 고민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최근 건설교통부 등에 울릉도에 경비행장을 설치해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폭풍주의보에도 운항할 수 있으려면 5000t급 여객선이 필요하다"며 "답답한 심정에서 주민들이 돈을 모아 배를 구입하자는 여론이 나왔으나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울릉=이권효기자>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