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의 키즈경제]가족결산통해 돈개념 알리세요

  • 입력 2002년 1월 8일 15시 48분


어린이들은 3∼6세에 학습을 준비하고 7∼9세면 학습이 습관화돼야 한다고 교육학자들은 말한다. 10∼14세에는 지식적 재능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즉 중학교 2학년 이상이 되는 15세가 넘으면 학습에 대한 태도가 굳어진다는 얘기다. 이는 어린이들의 경제학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경제가 왜 어린이들의 조기 학습 목표가 되어야 하는가. 갈수록 어린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교육현장에 시장논리가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교육은 어느새 투자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자신에게 미래를 위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잘 모르고 산다. 가정의 투자는 물론이고 사회나 국가로부터의 투자도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다. 특히 저소득층은 최저생계비를 제외하고는 무리할 정도로 자녀교육에 투자하고 있지만 자녀들은부모의 희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실물경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한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1억원 남짓한 성장 및 교육 원가가 들어간다고 한다. 이는 가구당 평균 순자산이 1억원에 미치지 못하고 가구당 평균 부채가 2000만원을 넘는 현실에서 보면 엄청난 액수다. 이 액수를 마치 기업이 1년에 한번씩 결산을 하듯 가족결산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 양육을 돈으로 계산하는 것이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것이 상식이 되어 있는 선진국 어린이들의 예를 보자면 무리한 주문이 아니다. 부모의 월 평균 급여가 얼마이고 이 중 교육비로 얼마가 나간다는 정도의 개념은 자녀에게 심어줘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경제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은 자신에 대한 부모나 사회의 투자를 훗날 부끄러움 없이 보상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도 가질 수 있다.

경기대 교수·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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