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보안청은 7일 지바(千葉)현 후나바시(船橋)항에서 ‘소나무’호를 붙잡고 6시간이나 선체를 뒤졌으나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무리한 수색이었다.
인근 후지사와(藤澤)시의 에노시마(江の島) 앞바다에서 거동이 ‘수상한 자들이 잠수복을 입고 나타났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수상한 자들’은 발견하지 못하고 마침 근처를 항해 중이던 ‘소나무’호만 데려다 수색했기 때문이다.
‘소나무’호가 수상하다는 정보나 징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곧 드러났지만 신고도 허위였다. 신고한 주민이 “부부싸움 끝에 기분이 울적해져서” 장난으로 신고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해상보안청은 수색 후 “거동 수상자에 대한 신고가 있었고 북한 선박이 수색을 거부해 강제 수색을 했으며 이는 적절한 조치였다”고 설명했지만 어딘가 개운치 않다. 해상보안청의 수색은 ‘거동 수상자는 무조건 북한공작원이거나, 적어도 북한선박과 관련이 있는 자일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난해 12월25일 교토(京都)부 마이쓰루(舞鶴)시 교가미사키(經ケ岬) 앞바다에서 괴선박이 나타났다는 신고가 들어왔을 때도 북한 배일지 모른다며 법석을 떨었지만 괴선박은 일본배였다. 그보다 앞서 11월22일에는 한국군이 서해에서 시험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을 놓고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인 것 같다”며 한동안 시끄러웠다.
북한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해(自害)행위나 다를 바 없는 북한의 잇단 도발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럴수록 대국다운 면모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과잉 맞대응은 긴장을 심화시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큰 나라의 체면을 더 쉽게 손상시킨다.
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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