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일반에 공개된 이후 평일에는 800여명이 몰렸고, 토요일인 12일에는 1479명, 일요일인 13일에는 1874명이 관람했다. 미술관측은 “다른 전시회보다 관람객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즐거워 하고 있다. 전시는 2월 11일까지.
두 사람은 도쿄예술대학의 전신인 도쿄미술학교의 동문. 김 화백은 1944년에, 히라야마 화백은 1952년에 졸업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1989년 이후 더욱 친해졌다.
김 화백은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서 귀국을 하는 바람에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졸업 45년만인 1989년 김 화백에게 졸업장을 수여한 사람이 당시 도쿄예대 미술학부장이었던 히라야마 화백이었다. 그후 두 사람은 가끔 만나 언젠가 두 사람만의 2인전을 갖기로 약속했다. 이 약속이 실현되는 데는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로 인한 양국간의 문화교류 붐도 한몫했다.
김 화백은 1977년 동양의 음양론에 뿌리를 둔 ‘하머니즘’이라는 예술론을 주창했다. 이번 전시회에도 한국의 전통무용이나 유적, 유물 등 전통미를 강조한 작품을 비롯해 전쟁과 평화의 아이러니를 표현한 작품 등 대작을 중심으로 25점을 출품했다.
김 화백은 7일의 개막식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서양 추종에서 벗어나 동양의 정신과 자신감을 살리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인사해 주목을 끌었다. 11일 전시관을 다시 찾은 김 화백은 “50여년만에 모교에서 전시회를 갖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학창시절 제국주의 치하에서도 우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던 일본인들에게 빚을 갚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히라야마 화백은 일본의 아름다움과 실크로드를 테마로 한 대작 18점과 둔황 황하 타지마할 앙코르와트 등 세계문화유산을 그린 소품 30점을 선보였다. 그는 문명의 원류를 찾는 화가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일본은 옛날 중국과 고구려 백제문화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런 생각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라야마 화백은 유네스코 친선대사로서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을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12일 도코예술대 근처 도쿄도 미술관에서 그림을 배우다가 점심 시간을 이용해 전시회를 둘러본 주부 기타하라 다에코(北原妙子·60)와 고쿠분 야스코(國分康子·52)씨는 “일본의 식민지배를 경험한 김 화백은 아마도 복잡한 마음으로 전시회에 임했을 것 같다”면서도 “양국관계의 발전을 위해 이런 전시회가 더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동아일보사와 주일한국대사관, 일본의 아사히신문사와 도쿄예술대학의 공동주최. 지난해 5월 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도 열려 큰 호평을 받았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