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위스키’ ‘맥주+소주’ ‘소주+콜라’ ‘위스키+이온음료’ ‘백세주+소주’ 등 술을 섞는 조합도 다양하다. 주류업체가 신제품을 내놓으면 창의력이 뛰어난 주당(酒黨)들은 어김없이 기존의 술이나 음료수와 혼합해 새로운 술을 만들어낸다.
적당한 양의 알코올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심장질환이나 뇌중풍을 줄여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음주량을 줄이는게 당연지사. 어떤 술이건 과음을 하면 나쁘지만 특히 술을 섞어 마시면 해독이 늦어지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체에 미치는 폐해가 가장 심한 술은 섞어 마시는 술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폭탄주. 위스키와 맥주를 섞는 폭탄주는 술의 특성상 알코올 분해와 해독 작용을 담당하는 간장에 큰 부담을 준다.
위와 소장에서 가장 흡수가 잘 되는 알코올 농도는 15∼20도. 폭탄주는 알코올 농도가 20도 정도여서 흡수가 빨라 간이 짧은 시간 동안 알코올 성분을 처리하는 데 애를 먹는다.
여기에다 맥주의 탄산작용이 소화기 점막의 알코올 흡수를 촉진시킨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폭탄주를 마시면 주먹으로 인체의 장기(臟器)를 마구 두들겨대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것.
홍명호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폭탄주를 마시면 아세트 알데히드 성분이 체내에 남아 다음날 숙취를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간을 손상시키며 혈관, 근육, 신경, 뇌세포 등에도 연쇄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폭탄주가 나쁜 것은 단순히 알코올 흡수가 빠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술은 종류에 따라 흡수 대사 배설과정이 조금씩 다르고 함유된 성분에서도 차이가 난다. 따라서 술을 섞어 마시면 주종이 다른 술에 섞여 있는 불순물들이 서로 반응해 중추신경계를 교란시켜 숙취를 더욱 심하게 만든다. 폭탄주를 많이 마시거나 ‘차수 변경’을 통해 여러 종류의 술을 번갈아 마시면 다음날 더욱 괴로운 것도 이 같은 원리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주류업계의 판촉 전략과 부드러운 술을 선호하는 직장인들의 기호가 맞물리면서 백세주와 소주를 섞은 ‘오십세주’ 등이 인기를 끄는 추세. 그러나 홍교수는 “오십세주 등의 알코올 농도가 폭탄주보다 낮아 덜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몸에 안 좋은 첨가물이 남기 때문에 역시 권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를 섞어 마시는 음주습관도 몸에 해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 탄산거품이 많이 섞인 술은 흡수가 빨라 폭탄주와 마찬가지로 짧은 시간에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인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