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씨 자금 政官유입 포착

'이용호(李容湖) 게이트'를 재수사하고 있는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은 18일 이씨 계열사인 KEP전자의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회사측에 303억여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전 대양상호신용금고 소유주 김영준(金榮俊)씨를 구속 수감했다.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지법 영장전담 한주한(韓周翰) 판사는 "범죄사실의 소명이 충분하고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김씨가 삼애인더스 해외 전환사채(CB)의 주가 조작을 통해 얻은 154억여원 중 일부가 정관계 로비와 김씨의 도피자금으로 사용된 정황을 포착하고 돈의 사용처를 집중 추궁했다.

특검팀은 또 김씨의 집에서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데이터 복구 작업에 주력하는 한편 김씨가 300만달러어치의 CB를 인수하기 위해 만든 B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의 신원 파악에 나섰다.

이에 앞서 김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의 수사범위가 아닌 만큼 구속영장 집행을 정지해 달라"며 "이의신청을 했으나 특검팀은 수사범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검팀은 특검법 제17조 이의 제기 조항에 따라 특검팀의 의견서와 함께 김씨의 이의신청서를 이날 저녁 서울고법에 제출했다. 법원은 48시간 내에 인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는 신청서에서 "이용호 사건 특별검사법 에 규정된 특검의 수사 범위는 이씨의 주가조작 횡령 및 이와 관련된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으로 제한돼 있다"면서 "특검이 영장에서 밝힌 배임 혐의는 이와 전혀 관련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씨가 이씨와 함께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이미 대검에서 기소중지돼 있는 만큼 서울고법이 김씨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면 김씨의 신병을 대검으로 넘기기로 했다 고 밝혔다.

특검팀은 또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구속)씨를 불러 지난해 5월 3일 이후 접촉한 검사들을 만난 경위와 내용 등에 대한 보강조사를 벌였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