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에서는 1만분의 1초보다 짧은 초음파 펄스가 이용된다. 지속적으로 초음파를 쏘면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진단에 이용되는 초음파 펄스의 주파수는 20만 헤르츠(㎐) 이상으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 영역(2∼2만㎐)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태아는 초음파를 감지할 수 없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정설이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 따르면 산모의 배를 통과한 초음파 펄스는 자궁 내벽을 진동시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발생시킨다. 마치 비가 내릴 때 함석 지붕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연구팀은 자궁 내부에 수중청음기를 넣은 뒤 초음파 발생기를 바로 위에 뒀을 때 수㎟의 좁은 영역에 100데시벨(㏈) 이상의 소리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파테미 박사는 “이 정도는 지하철이 다가올 때 나는 소음과 같은 세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태아는 금새 위치를 바꿔 소음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그리 큰 해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 대해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산부인과 과장인 프레딕 프리골레토 박사는 “의사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초음파 발생기를 태아의 귀에 직접 갖다 대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이것만 조심하면 초음파 진단의 혜택이 위험성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스웨덴에서는 초음파 진단이 보편화된 1976년 이후 출생한 남아의 경우 왼손잡이가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박미용 동아사이언스기자 pmi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