軀-몸 구 辯-말씀 변 捕-잡을 포
땅이 넓으면 다양한 환경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중국만큼 그 차이가 심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중국은 南北의 차이가 매우 심하다. 즉 黃河(황하)를 중심으로 하는 北方은 험한 산이 많고 날씨도 추워 사람들이 남성적인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또 토질마저 척박해 열심히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으므로 생각이 매우 현실적이다.
반면 長江(일명 양자강)을 중심으로 하는 남방은 따뜻한 날씨에 平野(평야)와 호수가 많아 여간 아름답지 않다. 땅도 肥沃(비옥)한 데다 날씨마저 적합해 아둥바둥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자연 남방 사람들은 공상을 즐기고 여성적이어서 생각이 매우 낭만적이다.
그런데 남북간 환경의 차이는 거의 모든 면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도록 만들었다. 농작물의 경우, 북쪽이 콩을 비롯한 밀 따위의 밭곡식 위주라면 남쪽은 넓은 평야에서 나는 쌀을 주식으로 한다. 심지어는 동일한 작물일지라도 토질과 기후가 달라 전혀 다른 맛을 내기도 하는 것이다.
춘추시대 齊(제) 나라의 景公(경공)을 도와 善政(선정)을 폈던 명재상에 晏子(안자)가 있었다. 키가 5척도 안 되는 短軀(단구)였지만 博學(박학)하고 事理(사리)에 밝았으며 무엇보다도 達辯(달변)과 臨機應變(임기응변)에 뛰어났다. 당시 옆에 있던 楚(초) 나라는 강국, 그래서 齊는 和親(화친)을 맺고자 그를 사신으로 보냈다. 하지만 楚의 靈王(영왕)은 그에게 모욕을 줌으로써 楚의 위신을 높이고 싶었다. 靈王이 말했다.
“제나라에는 사람이 없나 보군. 어째서 당신 같은 난쟁이를 보냈단 말이오?”
“폐국에서는 어진 나라에는 어진 자를, 무도한 나라에는 무도한 사람을 보내지요. 또 大人은 大國에, 小人은 小國에 보낸답니다. 저는 小人이라 楚나라 같은 小國에 왔을 뿐입니다.”
‘과연 듣던 대로 보통 인물이 아니구나’하고 靈王은 생각했다. 조금 있으니까 捕卒(포졸)이 죄수를 포박해 대궐 앞을 지나갔다. 靈王이 묻자 포졸은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을 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靈王이 “제나라 사람들은 모두 도둑질하는 버릇이 있는가”라고 비아냥대자 이에 晏子는 “신이 듣자 하니 강남의 귤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고 합니다. 토질이 다르기 때문이지요”라고 설명했다.
‘晏子春秋(안자춘추)’에 보이는 말이다. 사람이란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착하게도 되고 악하게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靈王은 마침내 그의 청을 받아들여 제나라와 화친을 맺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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