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종사자들이 기업의 사외이사가 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임원들의 ‘배상책임 판결’과 ‘패스21 스캔들’ 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20대 그룹에 속한 계열사나 대형 금융기관들의 사외이사직 선호도는 아직 높은 편. 그러나 신용이 검증되지 않은 벤처기업이나 중견기업 가운데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구인난’을 겪는 곳도 있다.
중견 금속수출업체인 D사는 최근 유력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출업무에서 빚어지는 클레임 등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 위해 통상 전문가인 변호사에게 사외이사 초빙의 뜻을 비쳤으나 거절당했다”면서 “거부사유가 ‘시간이 맞지 않아서’라고 했지만 최근 윤태식 게이트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명도가 높은 인사 가운데는 ‘쓸데없는 오해를 받기 싫어’ 기존의 사외이사나 기업 고문직을 포기하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은 3년 동안 맡았던 국민은행 사외이사직을 최근 그만두었다. 국민은행이 추진중인 새 시스템 사업자 선정과정에 자신의 회사가 포함되자 공정성 시비를 미리 막기 위해서였다.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한 회의 때문에 사외이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한 기업의 사외이사에서 물러난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석 달에 한번씩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미 정해 놓은 안건을 동의해주는 역할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며 씁쓸해 했다.
정영태(鄭榮泰)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는 “이사회 구성원들의 경영판단이 배상책임으로까지 연결되면서 기업이나 사외이사 후보가 모두 신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