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직에서 쫓겨날 정도로 중대한 의혹에 직면한 그가 치료를 내세워 병원으로 숨어들더니 이제는 외국으로 은밀히 떠나 종적이 묘연한데도 정부 기관 어느 곳도 주목하지 않고 있다. 사정기관은 게을러서 안씨를 추적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의혹을 덮어두기 위해 외면하고 있는 것인가.
안씨에 대한 의혹은 국민적 관심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그에 대해 △부동산 투기 의혹 △동생 사업 특혜 의혹 △국세청 직세국장 시절 뇌물수수 의혹 △지앤지(G&G) 이용호 회장 계열사 세무조사 면제 의혹 등이 제기됐었다. 그는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에 ‘안정남 가족타운’을 조성하게 된 종자돈에 대해 “1억5000만원을 3년마다 원금이 두 배가 되는 재형저축에 넣어 만들었다”고 했다가 “고금리 상품에 투자해 모았다”고 번복하는 등 스스로 재산형성 과정에 대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한나라당이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당연하다.
치료를 위해 외국으로 나갔다는 설이 있기는 하지만 그는 지난해 말 모친상을 당했을 때도 귀국하지 않았다. 혈육의 정을 외면할 만큼 절박한 잠적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도덕적으로도 떳떳하지 못한 처신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대통령비서관까지 연루된 각종 비리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부패척결에 불퇴전의 결의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게이트 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국민은 이번에야말로 대통령의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안씨의 경우를 보면 실망을 감출 수 없다. 대통령의 부패와의 전쟁 선언이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부 조직에 입력돼 행동으로 옮겨져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책임있는 기관은 안씨의 소재 파악과 의혹 해소를 위해 나서야 한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위해 ‘총대’를 멘 공로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눈을 감기로 한 것이 아니라면 그가 ‘잊혀진 인물’이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조세 정의를 외치던 사람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부(富)를 축적했다는 ‘야누스적 의혹’을 파헤치지 않는 정부가 어떻게 부패척결과 청렴을 외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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