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옷을 사기 위해 몸을 팔거나 훔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1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패션쇼를 개최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입에서 뜻밖의 발언이 튀어나왔다.
아르마니는 자신의 이름을 딴 메인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사치스러운 의상 제품으로 연간 7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패션왕국의 황제. 1973년 회사를 창업한 이후 여성복에 남성복의 편안함과 말쑥함을, 남성복에는 여성미를 가미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프랑스가 독점하던 패션업계의 판도를 이탈리아와의 양강 구도로 끌어올린 실력자다.
그의 ‘언컨스트럭티드 슈트’(패드나 심을 넣지 않은 부드러운 슈트) 중에서는 600만원이 넘는 고가품이 즐비하다.
그러나 그는 이날 패션쇼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마치 스스로를 부정하듯 “이제 사치품이라면 지긋지긋하다”면서 “디자이너 제품을 갖지 못하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끼는 젊은이들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의 단순함과 강직함에서 우러나는 품위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날 패션쇼에서 선보인 새 의상들도 광부나 군인의 전통적 제복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차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젊은이들의 사치품에 대한 열광에 자신도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날 소개된 작품 중 가장 저렴한 10만원대의 청바지를 가리키는 것으로 피해나갔다.
그러나 이날 패션쇼에서 관객들로부터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제품은 송아지 가죽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만든 갈색코트였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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