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호주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시즌 첫 그랜드슬램 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 16번 시드의 요한손은 2시간53분 만에 9번 시드의 마라 사핀(22·러시아)에게 3-1(3-6, 6-4, 6-4, 7-6)로 역전승했다. 우승상금은 52만달러.
이로써 요한손은 1976년 시드 배정 없이 우승했던 마크 에드먼슨(호주) 이후 가장 낮은 시드의 챔피언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스웨덴 출신으로 88년 매츠 빌란더 이후 14년 만에 이 대회 우승컵을 안았고 메이저 우승은 1992년 US오픈 챔피언 스테판 에드베리 이후 10년 만이다.
▼관련기사▼ |
- '잡초' 캐프리아티 눈물겨운 승전보 |
이날 자신의 코치가 경기장으로 가는 차량의 배차를 하지 않아 택시를 타고 허겁지겁 코트에 도착했다는 요한손은 “하마터면 뛰지도 못할 뻔했는데 내가 오늘 우승한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경기 내내 광적인 스웨덴 관중의 응원을 받은 데 대해 그는 “팬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며 “그들과 기쁨을 함께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생일까지 맞은 사핀은 2000년 US오픈에 이어 통산 두 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노렸으나 다양한 구질을 앞세운 요한손의 노련한 경기운영에 말려 아쉽게 꿈을 날려버렸다. 특히 컨디션 난조까지 겹친 사핀은 서브가 흔들렸고 체력까지 바닥을 드러내며 특유의 파워테니스를 구사하지 못했다.
호주오픈 8차례를 포함해 그랜드슬램 대회 25번째 도전에서 처음으로 패권을 안은 요한손은 동계훈련 동안 1주일에 두 차례 이상 스쿼시에 매달렸던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테니스보다 빠른 스퀴시를 하면서 스트로크가 날카로워졌고 순발력과 풋워크에도 도움을 받았다는 것.
한편 전날 열린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캐프리아티가 강력한 라이벌인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를 맞아 2-1(4-6, 7-6<9-7>, 6-2)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캐프리아티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힝기스를 꺾고 2년 연속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보며 우승상금 52만달러를 거머쥐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