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백악관 상대 소송 검토”

  • 입력 2002년 1월 27일 17시 44분


미국 엔론사의 존 클리퍼드 백스터 전 부회장이 25일 숨진 채로 발견됨으로써 ‘엔론 게이트’의 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차츰 백악관을 압박해 들어가고 있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정책 최고 책임자인 딕 체니 부통령에게 의혹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체니 부통령 피소〓미국 최대의 환경단체인 시에라 클럽은 25일 체니 부통령이 이끄는 에너지 태스크포스팀이 지난해 5월 엔론 측에 특혜를 주는 에너지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접촉한 인사들의 명단 공개를 요구하며 체니 부통령을 상대로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부시 행정부의 고위관료가 엔론 사태로 피소된 것은 처음이다.

시에라 클럽의 칼 포프 사무총장은 “국민은 밀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에라 클럽은 체니 부통령이 캘리포니아 단전사태를 이유로 알래스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석유개발을 허용하는 등 에너지기업에 특혜를 줬다고 주장해 왔다. 시에라 클럽은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를 지지했었다.

▽의회와 백악관의 법정소송?〓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체니 부통령에게 에너지 태스크 포스 관련 문건 제출을 요구해 온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GAO)의 데이비드 워커 원장은 26일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가 입수되지 않으면 곧 체니 부통령을 고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GAO가 연방정부의 기구나 관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워싱턴포스트도 체니 부통령의 에너지 정책팀이 최근 엔론사의 관계자들과 6차례에 걸쳐 만났다고 지적하고 의원들은 엔론사 같은 기업들이 에너지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체니 부통령과 GAO는 문건 제출 문제를 놓고 막판 협의를 벌이고 있으나 체니 부통령이 최근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GAO가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타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백악관의 차단 전략〓이 같은 기류에 위기의식을 느낀 백악관은 엔론과의 관련성을 차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미치 대니얼스 백악관 예산국장은 25일 총무처에 보낸 서한에서 연방정부가 엔론 및 엔론의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과 체결한 각종 계약이 적절한 사업관행에 따라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미 정부가 엔론 및 그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과 한 계약규모는 7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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