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청와대 문제점 지적…“‘오기 정치’가 부패 낳았다”

  • 입력 2002년 1월 27일 18시 28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친인척과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보물 발굴사업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자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27일 “(김 대통령의) 그릇된 통치철학이 부패 비리를 낳았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첫째는 ‘자신에 대한 과신’. 김 대통령 본인이 워낙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정치경험을 쌓다 보니 주요 결정을 내릴 때마다 객관적 자료나 여론보다 자신의 판단을 절대시해 종종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패거리 의식’. 김 대통령이 40년 가까운 야당 생활 중 권력으로부터 모진 핍박을 당하면서 체득한 ‘나와 고통을 나눈 사람만이 진정한 동지’라는 동류의식이 집권 후에도 이어져 능력과 전문성보다 혈연 지연 충성도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인식이 현 정권을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즉, 측근에 대한 김 대통령의 집착이 강한 탓에 이들에게 과도한 권력이 부여됐고, 문제가 생겨도 과감한 문책이 단행되지 못하는 과도한 ‘온정주의’가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또 DJP 연합이란 ‘야합’에 의해 정권을 잡는 바람에 합리적 기준에 의한 인사보다 두 정파가 자리를 나눠 갖는 ‘권력 배분 인사’가 공직 기강을 흐트러뜨렸다는 것.

이런 상황 속에서 국민과 야당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면 정국 운영이 어렵다고 보는 김 대통령 특유의 ‘오기 정치’가 국정 파행을 더욱 부추겼다고 한나라당은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이 때문에 모든 권력형 비리 게이트의 문은 청와대로 통하고 있다”며 친인척과 청와대 근무자 등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았거나 의혹이 제기된 38명의 명단이 적힌 자료를 배포했다.

한나라당은 자료에서 “대통령비서실, 대통령 친인척, 아태재단 관련자, 장 차관급 각료,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 책임자, 여당의원, 민주당 당료 등 어느 한곳도 비리에서 자유로운 곳이 없는 DJ정부는 총체적 부패정권”이라고 몰아붙였다.

또한 “이 정권의 상층부 부정부패를 도려내지 않으면 머지않아 나라 전체가 암흑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권철현(權哲賢) 기획위원장은 “국정 운영을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대통령 개인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맡기다 보니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며 “김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권력형 부정비리 관련자 전원을 출국금지하는 등 단호하게 부패 척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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