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ESI는 공정한 조사가 될 수 없으며 조사결과도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질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지난해에는 “사용된 자료의 기준 연도가 오래된 것이고 조사방법 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실 ESI라는 것이 대기나 수질, 종(種)의 다양성 등 환경 요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국민보건상태, 인간다운 생활, 과학기술, 토론능력(민주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경부의 항변에도 일리는 있다. 또 외국의 평가만을 전적으로 신뢰할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더욱 순위가 떨어진 것을 설명하는 데는 왠지 구차한 느낌이 든다. 더구나 환경부는 분야별 순위에서 한국이 대기질, 수질, 종의 다양성 등을 평가한 환경오염상태에서 100점 만점에 19점을 받아 140위를 기록했고, 개발은 하되 환경 재앙과 자원 고갈을 피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이느냐는 측면을 평가하는 ‘환경오염 경감 여부’에서 138위를 차지한 점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태세다. WEF와의 사이에 상설 접촉창구를 개설하고 평가기법 개선을 위한 공동연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끈’하는 반응을 보이기에 앞서 국제기구의 이러한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지금부터라도 미래 세대와 더불어 살아갈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당장 지난해 ESI가 발표된 후 1년 동안 한국에서는 세계적 갯벌인 새만금 개발이 결정됐고, 광역도시계획을 내세운 그린벨트 해제가 진행되고 있다. 환경부의 흥분이 오히려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서영아기자 사회2부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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