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 주택 디자이너인 남편을 따라 이곳으로 온 지 2년. 전원주택의 이미지에 맞게 살아보자는 취지에서 밭도 가꾸고 직접 채소도 기르다가 취미삼아 소시지를 만들게 됐다.
“남편 친구들 불러서 파티할 일이 많았어요. 처음엔 생고기를 정원에서 바비큐로 구웠는데 손이 너무 많이 가더군요. 대신 소시지는 한꺼번에 만들었다가 보관하기 편할 뿐만 아니라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쉽게 먹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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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평창동 '가빈 아저씨네 소시지' |
박씨는 설날에 즈음한 ‘별미’로 다시 한번 친지들에게 소시지 솜씨를 발휘할 예정이다. 사실 만드는 방법도 ‘동그랑땡(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동그랑땡을 만들 때 고기 반죽이 잘 뭉치게 하기 위해 두부를 넣듯, 소시지를 만들 때는 돼지기름을 넣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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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고기를 반죽할 때 손의 온도가 고기에 전달되지 않도록 차갑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얼음을 몇조각 넣는 것도 방법이다. 삶으면서 수분이 빠져나올 것에 대비해 미리 반죽에 물을 넣어주는 역할도 하는 셈이다.
생강 양파 설탕 향신료 등 양념을 넣고 나면 시장에서 구입한 ‘생크림 짜는 주머니’에 반죽을 넣는다. 주머니의 한쪽 끝 구멍에는 깔대기를 씌우고 깔대기의 다른 쪽 끝에는 비닐모양으로 된 돼지창자인 ‘돈장(豚腸)’을 끼워 짜낸다. 돈장은 규모가 큰 정육점에 주문하면 구해준다.
가족 중 한 사람은 반죽을 짜내고 다른 한 사람은 돈장에 든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뒤틀어 놓으면 ‘비엔나 소시지’모양이 된다. 삶을 때 돈장으로 뒤덮인 부분을 바늘로 몇 군데 찔러 놓으면 돈장 안의 물기가 쏙 빠진다. 정육점에서 돈장을 구하기 힘들면 그냥 반죽을 짜내서 삶는 ‘누드 소시지’스타일로 먹으면 된다.
박씨네는 50종이 넘는 허브를 비롯해 무 배추 당근 감자 깻잎 아스파라거스 등을 손수 재배하고 있다. 닭도 키우고 있어 수시로 ‘꼬꼬댁’소리가 울린다. 그래서 소시지와 함께 곁들여 먹는 계란스크램블, 야채샐러드, 감자구이 등이 전부 자연산이다. 박씨 부부의 ‘디저트’는 아직도 잔설이 뒤덮인 인근의 두창저수지를 한바퀴 도는 것이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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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시지 만들기
●재료
다진 돼지고기 290g, 돼지 지방 100g, 얼음 110g, 굵은소금 1큰술, 설탕 1/2작은술, 향신료 약간, 생강 1/3 작은술, 마늘 1쪽, 양파 1/4개,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①푸드 프로세서(믹서기에 넣거나 손반죽을 해도 된다)에 돼지고기, 돼지 지방과 각종 양념을 넣고 천천히 갈다가 얼음을 4∼5회로 나누어 넣고 끈기가 생기도록 한다. 큰 사발에 옮겨 다시 잘 반죽한다. 고기 반죽을 손바닥에 주걱으로 얇게 펴 바른 다음 손가락을 폈을 때 반죽이 손가락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점성이면 완성된 것이다.
②완성된 고기 반죽은 생크림 짜는 주머니(일명 ‘짜주머니’)에 담는다.
③‘짜주머니’의 끝에 돈장(豚腸)을 충분히 밀어서 끼운 채로 짜주머니 입구를 밀대로 말아 누르듯이 고기를 짜낸다. 삶기 전에 내용물이 든 돈장 표면을 바늘로 찔러 공기를 빼낸다.
④80도 정도의 물에서 20분 정도 삶아 낸다(물의 온도를 유지해야 내용물이 터지지 않는다).
*누드 소시지〓돈장이 없는 경우에 만들기 쉽다. 80도로 끓여놓은 물에 ‘짜주머니’에 든 내용물을 그대로 눌러 밀어내 삶아 낸다. 이때 한 사람은 짜고 한 사람은 뒤집개와 고무 주걱을 이용해 뒤집개에 짜여진 고기를 고무 주걱을 이용해 끓는 물에 밀어 넣는다. 샐러드나 꼬치구이, 볶음 요리 등을 만드는 데 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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