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자기반성이 결여된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다.
11대 이후 4선 의원을 지낸 저자는 우리나라 최남단 해남에서 시작해 휴전선까지 전국을 누비면서, 그리고 현해탄 건너 일본열도의 최북단까지를 오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알게된 이야기들을 기록했다. 노숙자에서부터 대통령까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깨닫게 된 사실들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는 지난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언론사 경영진에게 들은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주필을 아무개로 바꾸시오. 그렇지 않으면 …해먹기 힘들 것이오.”
어떤 교수가 찾아와 이런 말을 했는데 이는 필시 청와대 실세 모씨의 말을 전한 것 같았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언론에 대해 과거 군사독재시대에도 없던 협박을 자행한 셈이다. 저자는 DJ가 언론을 회유 압박하기보다는 대통령선거 때 민주언론과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던 약속이 지키지길 바란다며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따끔하게 비판했다.
서울역에서 만나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나눈 어느 노숙자 모녀의 이야기를 소개할 때는 저자 또한 그들의 일부가 되어 함께 분노하고 슬퍼했다고 술회했다. “월급도 못받고 회사에서 나와 절뚝절뚝 아픈 마음을 끌며 물러난 선량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길은 바로 ‘정치’에 있다”며 자신이 지금까지 정치에 몸담고 있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연예스타들은 인기 절정의 순간에도 기회만 있으면 잠시 물러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 애쓰는 것처럼 정치인도 항상 연구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때로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날을 되돌아보면 진정 국민과 나라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고 자책한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다른 정치인들도 자신의 행적을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또 “국민도 냉철한 이성으로 우리의 지도자를 뽑을 책임이 있다”는 간절한 호소는 나 같은 정치 문외한에게도 정치가 무엇인지를 한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엄밀히 말해 이 책에서 현란하고 뛰어난 정치 철학이나 아름다운 문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말들이 가슴에 와서 박히는 이유는 그 속에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최규성 상명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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