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도 가만 있질 못해요. 저러다가 왕따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초등학교 입학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가 한숨부터 내쉰다. 자녀가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계속해서 꼼지락거리고, 남을 괴롭히며, 공공장소에서도 ‘안하무인’격으로 뛰어다니는 아이. 일부 학부모는 불안한 마음에 입학을 늦춘다. 지난해 서울에서 자녀가 취학 적령인데도 정신적, 신체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입학을 1년 늦추는 입학유예 신청자는 모두 4632명. 2000년 3897명에 비해 19%정도나 증가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소아정신과를 찾는다. 전문의의 진단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부주의, 충동적 행동, 과잉 운동 등을 증상으로 하는 정신 질환을 말한다. 전문의들은 학령기 아동의 3∼15%가 ADHD를 앓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DHD는 뇌의 병〓ADHD 아동의 학업 성적은 대체로 들쭉날쭉이다. 자신의 행동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학교 규칙을 위반하거나 친구나 교사 등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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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부모, 교사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 마련. 많은 ADHD 아동이 청소년기에 이르면 우울증, 약물남용, 비행 등에 빠진다. 외국에서 진행된 장기 추적 연구에 따르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성인이 돼도 절반 정도는 주의력 장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전문의들은 ADHD를 ‘뇌의 병’이라고 말한다. 서울대병원 조수철 김붕년 교수팀이 뇌기능 영상술을 통해 ADHD 환자를 검사한 결과 60∼70% 정도가 주의력을 조절하는 중추신경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약물치료가 기본이 된다. 또 적절한 행동에는 ‘상(賞)’을 주고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는 통제하는 행동치료를 함께 한다.
▽부모도 치료받아야〓ADHD 아동을 치료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DHD에 대한 부모의 올바른 이해. 많은 학부모가 “아이가 자신을 골탕먹이려고 일부러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또 제대로 알고 있더라도 정신과에 대한 편견 때문에 치료에 나서지 않아 자녀의 병을 키우는 부모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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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김의정 교수는 “자녀의 취약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단점만 바라보지 말고 숨겨져 있는 장점을 인정해주며, 자녀를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아정신과에서는 ADHD 아동을 치료하면서 부모교육이나 가족치료를 함께 한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는 3월부터 ADHD 전문 클리닉(02-760-3443)을 개설, 아동 치료와 함께 8주간의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병원도 다음달 첫째주부터 주의력 결핍으로 학습장애를 겪는 아동을 대상으로 ‘사회성 증진 프로그램’과 함께 ‘집단 부모훈련 프로그램’(02-3497-2380)을 운영한다.
차지완 기자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