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방향에서 1차로를 달려 안산 방향으로 가려던 승용차 한 대가 삼거리를 지나면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이 차는 속도를 줄인 뒤 살짝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고서야 똑바로 주행했다. 뒤따르던 차들도 앞차를 따라 급하게 속도를 줄이면서 간신히 사고를 면했다.
한 트럭 운전사 김모씨(37)는 “이 길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익숙해져서 문제없지만 초행자들은 사고를 내기 쉽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2000년 한 해 동안 사망사고를 포함한 추돌사고 11건을 비롯해 차로변경 접촉사고 8건, 측면 충돌사고 6건 등 총 28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도로선형의 연속성 불량〓이곳의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은 수원역→안산 방향 1차로와 안산→화서역 방향 좌회전 차선이 일직선상에 놓여 있는 데 있다. 수원역 방향에서 출발해 1차로로 안산 방향으로 진행하면 화서역 방향 좌회전 대기 차량들과 정면 충돌하게 돼 있는 것.
신호에 걸려 정지했다가 출발하거나 지리를 잘 아는 운전자의 경우 다행이지만 초행길의 운전자나 야간 운전의 경우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이곳은 수원과 안산 반월, 시화공단을 오가는 대형트럭이 많아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사고를 동반한다. 2000년도에 사망사고 1건을 비롯해 중상사고 10건 등 인명사고가 전체 28건 중 17건이나 차지했다.
트럭이나 버스 등 대형차량 뒤에서는 안산 방향 신호등을 볼 수 없는 것도 문제점이다. 때문에 정지신호가 들어온 뒤에도 대형차량이 진행하면 그대로 따라가다 접촉사고가 날 우려가 크다. 반대 방향 차로 신호등에 배면(背面)신호등을 설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회전 차로 확보 미흡〓화서역 방향에서 안산 방향으로 우회전하는 차량들의 접촉사고도 많은 게 이곳의 특징이다. 우회전 차량을 위한 별도의 차로가 없기 때문에 급커브를 동반하는 우회전을 하다 보면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주민 정선호씨(42)는 “수원∼안산간 42번국도는 왕복 8차로여서 과속하는 차량들이 많다”며 “우회전 차량이 끼어들다가 수원역 방향에서 달려오는 차량과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또 안산 방향에서 화서역 방향으로 좌회전만 있을 뿐 U턴이 불가능해 운전자들의 불법 U턴으로 인한 사고 우려도 높았다.
▽개선 방안〓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경기도지부 한만식 안전조사과장(46)은 “이곳은 많은 차량이 고속으로 오가는 국도인데도 불구하고 차로 선형이 잘못돼 사고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과장은 “차로 가운데에 일정 폭의 방향별 차로분리대를 설치해 직진 차로와 좌회전 대기차로가 일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좁아진 차로는 오른쪽 인도의 폭을 줄여 해결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 과장은 또 “화서역 쪽에서 안산 방향 통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교통섬을 설치한 뒤 별도의 우회전 차로를 만들면 해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화서역 방향 도로를 현재 왕복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면서 안산 방향 우회전 전용 차로를 만들 계획”이라며 “42번 국도 선형 불균형 문제도 경찰과 협의를 거쳐 고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