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서울시가 해당 지역 주민 및 구청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조건으로 화장장 건립을 허용했으나 올들어 세 차례 열린 주민 및 구청과의 협의가 모두 결렬됐기 때문. 이에 따라 화장장 예정 부지에 대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와 토지 수용 절차를 거쳐 올 4월 착공하려던 서울시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협의 난항〓지난해 12월 21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서울시가 구청장의 그린벨트 내 개발 허가 권한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올린 ‘화장장 예정부지 그린벨트 해제안’에 대해 ‘도시계획 입안 과정에서 규모, 교통 문제 등 주민들이 우려하는 문제들을 도시계획 수립 과정에서 충분히 협의할 것’을 통과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 1월 18일 서초구민회관에서 서초구, 원지동 주민대표, 화장장 예정 부지와 인접한 과천시 주민 대표와 1차 협의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서울시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화장장 규모와 교통 문제를 협의하라는 조건을 내놓은 만큼 위치 문제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반면 서초구와 주민 대표들은 위치도 논의해야 한다고 반박해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1월29일 2차 협의와 이달 12일 3차 협의에서도 협의 대상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못해 구체적인 논의도 하지 못한 채 결렬됐다. 4차 협의가 다음달 5일로 예정돼 있지만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고수하고 있어 쉽사리 타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 입장〓서울시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공문에 규모와 교통 문제만 명시돼 있는 데다 위원회측이 ‘지역 현안 사업’으로 인정한 만큼 위치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초구와 주민들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공문에 ‘규모, 교통 문제 등 제기된 문제에 대해 협의하라’는 조항이 있다며 ‘등’이라는 문구에는 규모와 교통 문제 외에 위치 문제도 포함된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시가 ‘등’의 의미를 무시하고 공문에 나오는 문제만 논의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는 것이다.
▽전망〓양측의 입장 차가 큰 만큼 서울시가 주민 동의 없이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화장장 건립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서울시의 그린벨트 해제 방침에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입장에서는 이 문제에 잘못 개입했다가 직면할 ‘역풍’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 지역 주민들의 반발 외에 그린벨트 해제에 곱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는 환경단체들의 움직임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건교부 관계자는 “대다수 주민과 협의가 되지 않은 안건을 통과시켜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같은 점 등을 감안하면 서울시 의도대로 화장장 예정부지에 대한 그린벨트 해제가 쉽사리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