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블레임 캐나다(Blame Canada)

  • 입력 2002년 2월 19일 10시 19분


유명한 만화 'South Park'의 주제곡 중 하나인 'Blame Canada'는, 미국인들이 욕과 선정성이 난무한 캐나다 코미디가 그들의 아이들을 오염시킨다며, 캐나다를 응징하자는 노래이다. 그런 노래나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캐나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은 바 있으며, 이 만화를 보았던 보지 않았던 제목만 봐도 사실상 그 뒤에 숨겨진 의미가 확실히 제목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동부 우승까지 바라보던 Toronto Raptors의 올스타 휴식이후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2월 12일 Cleveland에서의 원정경기 패배(81-99)

2월 13일 New York에서의 원정경기 패배(89-92)

2월 15일 Utah와의 홈경기 패배(85-94)

2월 17일 Milwaukee와의 홈경기 패배(86-91)

연패의 가장 큰 이유는 Raptors가 부상병동이 되어버려, 크게 팀 사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동부에 관한 글에서 험난한 동부전선의 악재중 하나가 '부상'이라고 언급했듯, Raptors는 최근 부상의 고통을 톡톡히 치루고 있다. 현재 부상중인 선수들은 Vince Carter(왼쪽 대퇴사두근), Hakeem Olajuwon(오른쪽 대퇴사두근), Jerome Williams(오른쪽 발목), Dell Curry(왼쪽 종아리)등이며, 주전급 선수 2명을 포함하여 이들은 모두 Raptors가 정규시즌에 활용했던 10명 로테이션에 드는 선수이다. 할 수 없이 Raptors는 Morris Peterson의 복귀를 앞당겼고, Peterson은 현재 손가락 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가운데 뛰고 있다. 부상자 선수명단을 3명으로 제한한 리그 규정에 의해 Dell Curry는 출장명단선수로 나와 있을 정도이니, 팀 내 부상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알 수 있다.

과거 주전을 전부 갈아 치우면서도 Seattle Supersonics를 우승시켰을 정도로 용병술에 능하다는 명장 Lenny Wilkens조차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 확실히 좋아질 것이다'라는 발언만 했을 뿐,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Raptors의 팀 내 분위기와 사기는 현저하게 땅에 떨어진 상태다. 원래, 올스타 휴식기간 전까지만 해도 몇몇 주요 선수들이 부상당했던 상태였지만 그래도 Raptors의 팀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그 이유는 Vince Carter가 아닌, 베테랑 Antonio Davis가 그 분위기를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1월 21일 New York Knicks전의 패배이후, Antonio Davis는 팀의 고참이자 공동주장으로서 한마디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마치 과거 Charles Oakley가 Vince Carter에게 쓴 소리를 해 팀 전체 분위기를 바꾸며, Raptors를 동부 결승 바로 코 앞까지 이끌었던 것처럼. Davis는 팀 동료들의 정신상태에 대해 크게 비난했다고 한다. Knicks전의 비디오테이프를 집에 가서 다시 보았다는 그는 Raptors가 필요한 것은 선수부족이나 트레이드가 아닌 '정신력과 집중력의 결여'라고 지적했다. Raptors가 이미 탄탄한 선수 층을 보유했기 때문에 트레이드 같은 것은 필요없다고 하면서, 그는 당시 팀의 부진이 단지 '슛 실패'나 '리바운드 개수'같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슛을 실패하면 그것을 잡아내 다시 성공시키는 투지와 '루즈볼'을 위해 몸을 던지는 자세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자극받은 Raptors는 이후 Minnesota, Orlando, Philadelphia, San Antonio같은 강 팀을 잡아내게 된다. 아마 Raptors의 부상 선수들이 복귀한다며, 흐트러진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Davis가 다시 한번 앞장서야 할 것이다.

한편 지난 2월 7일 당한 Carter의 부상은 Raptors 뿐만 아니라, All-Star를 앞둔 리그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이번 올스타 전은 Jordan의 재 복귀 후 첫번째 올스타 경기였지만, 동서부의 득표 1위들인 Carter와O'Neal이 빠지면서 경기는 맥없이 끝나게 된다. 접전 끝에 기대치 못하던 동부 승리를 이끌며, 팬들을 흥분시킨 지난 시즌과는 정반대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시즌 경기에서도Raptors는 Carter가 부상당한 경기에서 간신히 승리했지만, 이후 4연패를 당하며 20일로 예정된 그의 복귀가 성공적이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이번 부상을 통해,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인 Carter의 팀 의존도를 재확인할 수 있었는데, 올 시즌 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에도 Raptors는 Carter의 부상기간동안 2승 9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이번 시즌, Sacramento Kings가 그들의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인 Webber가 빠졌음에도 서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Raptors는 Carter의 의존도가 확실히 높은 팀이다. 선수구성 자체가 개개인의 기량을 중시하는 Kings와는 달리, -비록 지난 시즌 중반이래 선수를 꽤 보강했다지만- Raptors는 Carter를 핵으로 집중된 팀이기 때문이다. Mark Jackson같은 PG의 능력이 출중한 선수를 내보내고, Alvin Williams같은 슈팅가드 경향의 포인트가드를 두는 것만 봐도 이 팀이 '카터의 팀'임을 잘 알 수 있다. 위험도가 꽤 크긴 하지만 시스템만 잘 돌아간다면, 오히려 스타군단으로 뭉친 여느 팀보다 잘 운영될 수 있는 구조의 팀 구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Carter가 빠지면 Raptors의 공수 모두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실제로 그의 부상이후, 팀 득점은 많이 감소됐다. 이번 시즌 중 Toronto는 100득점이상을 넣었을 때 12승 무패일 정도로, 수비가 되지 않아도 공격이 잘 풀리면 팀이 승리하곤 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Raptors는 최근 5경기에서 한번도 90점을 넘은 적이 없다. Carter의 부상기간동안 득점력 강화를 위해, 제2의 득점원인 Peterson을 어쩔 수 없이 슈팅가드로, Keon Clark를 스몰포워드로 돌리는 방책을 썼지만, Peterson이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득점력 강화에는 크게 효력을 보지 못하고 있다.

(*. 여기서 잠깐! 재미난 현상은 이번 부상도 지난 시즌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먼저, 다친 부위가 지난 시즌 11월에 다친 바로 그 곳이다는 것. 둘째, 신발만 바꾸면 바로 부상당한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Puma사를 저버리고 나와 Nike의 신발을 신게 되었던 그는 몇 경기 안 가서 부상을 심하게 당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번 부상 역시 나이키사가 Carter의 '전용신발'을 만들어 준 후 그걸 신고 당한 부상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배신당한 'Puma사의 저주?')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다른 센트럴 디비전 선두 팀들의 부진으로 인해 Raptors는 여전히 디비전 3위이자 최다승(29승)을 유지하고 있다. 디비전 1위팀인 Milwaukee Bucks는 최근 10경기에서 3승 7패로 부진하면서 Raptors와 같은 29승을 유지하고 있으며, 치고 올라왔던 경쟁상대 Indiana Pacer가 최근 4연패로 5할 밑으로 떨어졌다는 점도 Toronto에게는 좋은 소식. 한때 주춤했던 Detroit가 오히려 최근 살아나면서(최근 10경기 8승 2패) 다시 2위로 우뚝 서며, Raptors와의 경기차를 0.5경기로 유지하고 있는 게 유일한 나쁜 소식이다. 따라서 현재의 스케줄이라면 Carter가 복귀하기로 예정된 20일의 Charlotte 전까지 Detroit에서의 원정경기만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현 디비전 순위에 큰 변동은 없으리라 보며, 타 팀에 비해 후반기의 일정이 가벼운 Raptors의 스케줄을 고려해 볼 때 아직 디비전 1위를 차지할 확률은 매우 높아 보인다.

게다가, 이번 슬럼프 기간동안 그 동안 출장시간을 얻지 못하던 후보 선수들의 활용으로 체력적으로 부담되는 리그 후반기를 대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특히 누구보다도 MIP 후보 중 한 명인 Keon Clark의 성장은 괄목할만하다. Denver Nuggets시절 Dan Issel에게 버림받았던 그는 이적 후 완전히 그 실력을 꽃피우고 있다. Spurs전에서 경기 초반 트윈타워를 상대로 괜찮은 활약을 펼쳤고, Carter가 부상당한 이후엔 스몰포워드로 기용되면서 팀의 연장전 승리를 이끌었었다. 현재 Garnett가 같은 6-11의 스몰포워드인 그를 막는데 상대팀은 애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4연패 당했다고는 하나, 지난 네 경기에서 그는 Cavs전(18득점, 8리바운드), Knicks전(26득점, 15리바운드), Jazz전(22득점, 6리바운드), Bucks전(19득점, 6리바운드)에서 팀의 공격을 주도해 왔다. 비록Carter가 복귀한다면 다시 벤치로 내려가겠지만, 이후에도 예전보다는 더욱 더 많은 출장시간을 얻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원래 기본기가 훌륭하지 않았던 선수였지만,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경기에선 중거리 슛이 좋아지면서 스몰포드까지 커버할 수 있게 됐다. 이미 Jerome Williams를 스몰포워드 백업으로 사용했지만 공격력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해 고민했던 Wilkens로서는 이제 언제든지 상대팀에게 미스매치를 야기할 수 있는 선수가 거저 하나 생긴 셈이다. 그뿐 아니라, Eric Montorss, Tracy Murray는 물론 심지어 Wilkens의 눈밖에 있던 Mamadou N'diaye까지 출장시간이 늘어나면서 Raptors 는 후반기를 위한 주전들의 체력 보존에 성공하고 있다.

얼마 전, Raptors 조직은 최근 플레이오프 티켓 가격을 인상할 것임을 발표했다. 플레이오프 라운드별로 큰 폭으로 인상할 것이며, 만약 Raptors가 결승 진출시의 티켓 가격은 무려 50% 인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것만 봐도 Raptors 조직이 플레이오프 진출은 당연시 하고 있으며, 이번 시즌 더 높은 이상를 목표로 잡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 마음 자세는 비록 부상으로 뛰진 못해도 Carter를 비롯한 부상 선수 대부분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팀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Air Canada Centre(캐나다에선 Center가 아닌 Centre로 부른다)는 연속적인 매진을 기록하는 등 Toronto 지역 팬들은 꾸준한 팀 사랑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것은 팀의 부진으로 인한 지역 팬의 외면으로 프랜차이즈를 미국으로 이동시켜야만 했던 Grizzlies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이런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Canada의 유일한 프랜차이즈인 Raptors가 버티고 있는 한, 'Blame Canada!'는 계속될 것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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