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대통령 말씀, 어찌하오리까"

  • 입력 2002년 2월 19일 18시 32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15일 새해 업무보고를 마친 교육인적자원부에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김 대통령이 시간강사 처우 개선과 지방대 육성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두 사안은 업무보고에서 빠진 것인 데다 지난해와 2000년 업무보고 때에도 대책을 지시한 것이어서 “혹시 질책이 아니냐”며 재차 언급한 배경을 놓고 교육부 내에 해석이 분분하다.

김 대통령은 “시간강사의 보수체계가 불공평한데 지식인을 홀대하면서 어떻게 대학 발전이 있겠느냐”며 “강사 처우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이상주(李相周) 교육부총리가 지방대 총장 경험이 많으니 실효성 있는 지방대 육성 방안도 만들어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교육부의 고민은 딱 떨어지는 대안을 갖고 있지도 않고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부총리로 온 마당에 대통령의 지시를 가볍게 들을 수도 없어 기자들에게도 “아이디어가 없느냐”고 묻는 등 다급한 기색이 역력하다.

교육부는 “국립대 시간강사료는 ‘인상 카드’라도 있지만 사립대는 강제할 수단이 없어 속수무책”이라며 “경제부처는 연일 교육정책을 자율화하라고 목청을 높이는데 대통령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니 어떻게 해야겠느냐”며 난처해하고 있다.

1년 넘게 궁리한 끝에 2000년 말에 내놓은 지방대 육성 특별법 제정도 걸림돌이 많아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태다. 각종 고시에서 지방대를 배려하는 인재할당제는 위헌 소지가 있고, 국가 세입의 일정 비율을 지방에 우선 배정하는 안에 대해서도 경제부처의 반대와 정치권의 이견이 만만치 않다.

대통령이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말씀’이 많으면 오히려 소신 정책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음미해봐야 할 것 같다.

이인철 사회1부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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