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교육청의 고교 배정 실수로 또 한차례 도마 위에 오른 ‘교육 평준화정책’.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쟁은 어찌 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의 평등’과 ‘비례적 평등’의 차이에 맞닿아 있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교 평준화 정책이 도입된 것은 1974년. 자신의 성적에 따라 다른 고등학교에 가는 것은 ‘비례적 평등’이었겠지만 출신 고교가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학벌사회는 이제 겨우 10대 초반인 학생들을 피 말리는 입시경쟁으로 내몰았다. 그 폐단을 막기 위해 등장한 평준화정책은 누구나 일정 점수 이상이면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갈 수 있는 ‘수의 평등’을 지향했다. ‘수의 평등’은 각 개인의 취향과 능력을 고려해 주지 않는 획일적인 것이지만 기준이 똑같이 적용되는 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욕구를 참아낼 수 밖에 없었다.
2002년 2월 8일 경기도교육청의 고교 오배정은 기계적 실수로 ‘수의 평등’의 존립 근거를 무너뜨렸다. 이에 ‘평범한’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담을 넘었다. 그들에게 ‘평등’의 의미는 어떻게 다가올까.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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