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농주/대학 안가도 희망은 있다

  • 입력 2002년 2월 21일 18시 04분


“사람이 일생 동안 자기가 읽기 쉬운 수필이나 소설 등 어떤 장르의 책이든 1000권을 읽으면 대학에서 공부한 것보다 더 풍부하게 인생을 바라보면서 생활할 수 있다”고 중견 제조업체의 대표이사 T씨는 말한다.

고교를 졸업하고 형편이 여의치 않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직업 전문학교에 입학했던 T사장은 17년 전 전기기술을 배우고 전기기술자가 되어 대기업의 공장에서 10여년 동안 일하고 나서 전문기술자가 된 후 6년 전 지금의 회사를 창업해 이제는 경영자의 길을 가고 있다.

그의 차안에는 소설책이나 베스트셀러 수필류의 책들이 항상 비치돼 있다. 어느 날 그는 “저는 세면대나 집안 탁자 등에 책을 놔두고 읽는 것이 이젠 일과처럼 되었어요. 덕분에 다양한 장르에 관한 지식을 갖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유명한 화가 모딜리아니는 미술대에 진학해 공부한 적이 없다.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림 그리기를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고, 좋아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림에 관한 책을 모조리 읽기 위해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책을 구입하거나 빌려서 읽었다. 그는 마침내 미술대를 졸업한 사람들 이상으로 사람들의 애호를 받고, 감동을 자아낼 수 있는 그림을 그렸다. 자기의 직업에서 성공한 것이다.

S양은 고교 때 말괄량이였다. 유난히 말을 많이 하고 웃기는 데는 한가닥하는 타입이었다.

“대학은 저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제가 잘 알아요. 그냥 백화점에 가서 일하고 싶어요. 옷 파는 일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S양은 5년 전 백화점의 의상가게 점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친구들이 대학에 입학해 공부하고 미팅할 때 그는 당당하게 백화점에서 숍 마스터 보조로서 단골 만드는 법부터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했다.

학교공부에는 담을 쌓았지만 사람과의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을 좋아했다. 입사 3년 만에 의류 판매분야에서 노하우를 인정받아 지금은 의류 숍 마스터가 되어 자기 책임 하에 옷을 팔고 있다. 연봉도 꽤 높다. 그녀가 앞으로 원하는 것은 3년 내에 의류가게의 점장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 당당하게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가 개척하고 있는 일의 세계에 대한 매력을 스스로 체험한다는 것이 즐겁다고 고백한다.

한 인간이 성숙해지는 것은 일을 통해서라고 본다. 대학에 진학해 미래를 설계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대학에 가지 않고도 직업적으로 성공하고 시야를 키워가면서 세상 속에서 실존의 가치를 느끼며 자기가 가진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들도 많다.

600개가 넘는 국가 기술자격증 중 한가지에만 제대로 집중해서 준비해도 부모로부터 자립해 자기의 앞날을 개척할 분야가 많이 있는 것이다.

“나는 항상 준비된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고 말한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 선수의 말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김농주 연세대 취업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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