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무엇인가에 끌리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성격. 산업디자인학을 전공한 그는 한때 자동차와 오토바이에 미쳐 잘 다니던 회사를 팽개치고 카센터로 출근했다고 한다.
모굴스키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1인자이지만 스키에 입문한 지 불과 8년밖에 안됐다는 것도 뜻밖이다. 회사 선배의 손에 이끌려 취미삼아 타기 시작한 게 어느새 스키로 밥을 먹을 정도가 됐다.
국내의 짧은 스키시즌이 끝나면 뽀송뽀송한 눈을 찾아 외국으로 떠나는 것도 평범한 사람들은 엄두도 못내는 그만의 인생 특권이다. 캐나다와 일본의 모굴스쿨에서 수차례 모굴 연수를 받았다.
이런 그가 ‘386세대’인 것도 쉽게 연상이 되지 않는 대목. 노총각인 그는 장가갈 시간이 어디 있냐고 오히려 너스레를 떤다.
“모굴은 한번 빠지면 도저히 헤어나오지 못하는 열병이에요. 살아오면서 이 만큼 확실한 감정도 처음일 겁니다.”
하지만 김씨는 그 ‘확실함’ 만큼이나 부상도 수없이 당했다. 어깨뼈가 부러지기도 했고 왼쪽 정강이와 오른쪽 발목도 으스러졌다. 심지어는 얼굴 전체에 붕대를 두르고 다닌 적도 있단다.
그래도 최고의 모굴니스트가 되겠다는 욕망은 버릴 수 없었다. 창공을 날 때의 스릴과 쾌감이 잠시도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마침 지산리조트에서 올겨울 국내 최초로 모굴스키 학교를 개설하는 바람에 이젠 ‘백수’생활도 그만둘 수 있게 됐다. 뜻 맞고 실력있는 후배인 임성환(30), 장철승씨(28)가 코치로 합류해 어엿한 ‘김태일 사단’이 만들어졌다.
모굴스키의 1인자 김태일씨가 지산리조트 모굴코스에서 화려한 점프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설계로 모굴장비 악세사리점을 준비중인 김씨의 꿈은 국내에도 하루 빨리 모굴스키 대표팀이 생겨 고문이 되는 것. 감독은 그보다 실력이 뛰어난 외국인이 해야 하기 때문에 그는 고문이란다.
“모굴은 격렬해보이지만 동양인에게 적합한 운동입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여자의 경우 이미 올림픽 상위권에 들 수 있는 실력을 갖췄습니다. 반면 우리는 등록 선수조차 없는 실정이죠.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할 때입니다.”
대한스키지도자연맹 정지도자이자 엑심팀의 데몬스트레이터, SPAT 모굴팀의 코치로 활약중인 김씨의 소박한 바램이다.
이천〓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모굴스키는…
모굴스키는 올록볼록한 눈 둔덕으로 이뤄진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는 기술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에 지산리조트를 비롯, 피닉스파크, 성우리조트, 천마산스키장에서 모굴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모굴스키는 민첩성과 함께 체조선수와 같은 유연성이 필요해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 적합한 종목. 장비는 일반 스키와 차이가 난다. 스키는 훨씬 폭이 좁고 길면서 부드럽다. 모굴과 모굴 사이에 스키를 걸친 상태에서 탄력을 받아야 하기 때문. 부츠도 훨씬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스키복에는 무릎 부분에 표시대를 달아야 한다.
‘김태일 모굴스쿨’은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반, 스키 강사를 위한 기술선수권대회 대비반, 동계올림픽에 도전할 꿈나무를 키우는 선수육성반 등 3개 반으로 나뉘어져있다.
일반반은 스키를 나란히 움직이는 패러렐턴이 가능한 수준이면 배울 수 있다. 강습 프로그램은 1일∼5일 코스부터 2주∼4주짜리 장기 캠프 등 다양하다. 문의 지산스키학교 031-638-8460.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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