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 체제로 돌입하고 있는 시장은 첨단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방위산업, 미디어, 통신, 출판, 의료업계 등을 망라한다.
20년 전 수천개의 소규모 회사들이 난립했던 케이블 TV 시장은 이제 단 3개 회사가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다. 대학교재 시장에서도 1990년 상위 3개 출판사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5%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61.5%로 크게 늘어났다.
정부의 반독점 규제 완화와 인수합병을 요구하는 시장 상황이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 반독과점 소송에 대해서도 이전 행정부보다 훨씬 누그러진 태도로 합의안을 내놓는 등 친(親)기업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가 경제 보고서를 통해 1980년대와 1990년대 이뤄진 기업 인수합병이 시장 경쟁에 해가 된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 운영경비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첨단기술 도입 등에 대규모 자본투입이 필요해 진 시장 상황도 기업인수 합병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벤처기업의 시장진입이 어려워진 것도 과점체제로의 심화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벤처 기업에 투자된 액수는 73억달러로 2000년의 164억달러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친다.
경제전문가들은 이 같은 과점체제가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여지를 줄여 제품의 가격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기업이 제품 개발에 소홀하게 된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례로 96년 이후 미국 케이블TV 업계의 인수합병 바람이 불어 과점체제가 이뤄진 뒤 케이블TV 이용료가 36%나 올랐다는 것.
WSJ는 앞으로 경제가 호전되면 기업 인수합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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