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유혹하는 글쓰기'

  • 입력 2002년 3월 1일 17시 59분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357쪽 9900원 김영사

원제가 ‘글쓰기’(On Writing)다. 그러나 이 글을 곧이곧대로 ‘소설창작법 강의’ 정도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감자탕이란 감자를 끓인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수동태를 쓰지 말아라’는 등의 문장 강의나 ‘주변 사람이 평소 쓰는 대화를 생생하게 재현하라’는 등의 충고도 책 곳곳을 수놓는다. 그러나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 미국과 한국 독서층의 취향 차 등을 고려하면 그대로 받아들일 만한 부분은 훨씬 적어진다.

저자의 의견도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창작 교실에 참석하는 것이 초보 소설가들에게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기적의 특효약이나 비결 따위일 때가 너무 많아서 탈이다.” 이 책을 읽고 소설 잘 쓰기를 기대한다면, 창작 교실에서 기적을 바라는 초보 소설가와 무엇이 다를까.

차라리 이렇게 생각해 보자. ‘미저리’ ‘쇼생크 탈출’ ‘들로레스 클레이본’ 등의 원작자인 이 미국 대중소설의 왕(King)을 우리가 토크쇼에 초대한다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PD가 편집할 것을 믿고 모든 궁금증을 풀어보려 한다면, 어떤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이 책은 훨씬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부분이 많은 ‘감자탕’이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초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작가의 ‘이력서’. 만화 주인공의 대사를 짜깁기해 모작(模作)소설을 쓰곤 하던 초등학교 1학년생이 어떻게 독서계의 챔피언이 됐을까. 자신이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스티븐 킹 적(的)으로 사뭇 드라마틱할 뿐 아니라, 그다운 리듬감과 위트를 싣고 있어 한편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고열로 들뜬 아이를 안은 채 돈 한 푼 없이 병원을 향해 집을 나서던 부부가 우편함에 꽂힌 첫 원고료 500달러를 발견할 때, ‘캐리’를 40만달러에 판권 계약한다는 출판사의 통보를 받은 뒤 월세 90달러짜리 방을 둘러보며 부부가 울음을 터뜨릴 때, 영화관에 앉아있듯 박수를 치고 싶지 않은 독자가 있을까.

‘이력서’ 장을 넘어 다음 부분으로 들어서도 영화적 재미는 계속된다. 작가는 비행기 안의 낮잠에서 ‘미저리’를 착안한 뒤 호텔의 양해를 얻어 ‘키플링의 책상’에 앉아 단숨에 16페이지나 써내려간다. 나중에 호텔 수위는 ‘그곳이 바로 키플링이 글을 쓰다 뇌졸중으로 죽은 곳이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중얼거린다. “세상엔 모르는 편이 좋은 일을 공연히 알게 될 때가 많구먼.”

이 책은 시원시원하다. 킹 특유의 단도직입적인 솔직성은 모든 것을 명쾌하게 짚어낸다. 폐인이 돼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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