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판도 여성표에 달렸다

  • 입력 2002년 3월 7일 18시 20분


벌거벗은 3명의 남녀가 한 침대 위에 누워 있다. 양쪽 가에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있고 가운데 여성은 ‘프랑스 여성의 성생활’이란 여론조사 결과를 읽고 있다.

조스팽이 곁눈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힐끗 보고 던지는 의미심장한 한마디. “많은 여성들이 파트너를 자주 바꾸는군.” 짜증난 시라크의 응수. “여론조사일 뿐이야.”

5일자 르몽드지 1면에 실린 만평이다. 4월 말로 다가온 대선 1차투표를 앞두고 조스팽에게 여성표를 잠식당하고 있는 시라크의 초조감을 빗댄 삽화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여성들의 시라크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조스팽 총리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69세에도 멋진 외모를 유지하는 미남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판 ‘아줌마 부대’를 거느리고 있을 정도. 부인 베르나데트 여사도 시라크의 젊은 날 여성 편력에 대해 공개적으로 “미남하고 살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런 시라크의 여성표 아성이 최근 흔들리기 시작한 것. 다소 신경질적으로까지 비치는 학자풍의 조스팽 총리는 섹시한 맛은 없지만 지방선거 후보 남녀 동수 공천제 등 파격적인 공약으로 지식인 여성층을 공략해 왔다.

여론조사에서 시라크 대통령을 이겨본 적이 거의 없는 조스팽 총리가 최근 50 대 50으로 시라크와 맞서게 된 것도 여성 지지율 상승에 힘입었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여성 유권자는 2300만명으로 남성보다 300만명이 많다. 65년 대선에서는 샤를 드골이 경쟁자보다 12%포인트, 74년에는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이 7%포인트, 88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2%포인트 여성표를 더 얻어 당선됐다. 프랑스에선 여성표를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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