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40代행장 시대…49세 홍석주 상무 파격발탁

  • 입력 2002년 3월 12일 17시 41분


신임 조흥은행장에 49세인 홍석주(洪錫柱·사진) 조흥은행 상무가 선임됐다.

조흥은행 행장추천위원회 안충영(安忠榮·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위원장은 12일 “전날 명예퇴진 의사를 밝힌 위성복(魏聖復) 행장의 후임으로 홍석주 상무를 추천했다”고 발표했다.

조흥은행은 발표 직후 이사회를 열고 홍 상무를 행장으로 추대하기로 의결했다. 홍 상무는 29일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행장에 취임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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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이날 또 정관개정을 통해 등기이사 이사회 회장직을 신설, 위 행장을 추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수렴청정(垂簾聽政)’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은 행장 내정자 발표 후 이강륭(李康隆) 이완(李完) 두 부행장이 사의를 표시해 옴에 따라 홍칠선(洪七善) 상무를 부행장으로 내정했다.

은행권에선 이번 인사를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홍 행장내정자가 일찍부터 ‘은행장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위 행장의 13년 후배로 ‘13년을 건너뛴’ 파격성 때문이다. 홍 내정자의 6년 선배인 한 간부는 “조흥은행 직원 7000여명 가운데 홍 상무보다 입행이 빠른 직원이 100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대규모 세대교체를 예고하는 대목. 홍 내정자는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전문성이 중요할 뿐 나이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직의 안정을 고려할 때 ‘젊은 행장’에 걸맞은 후속 인사는 불가피해 보인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

조흥은행 노조는 홍 상무의 행장내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홍 내정자는 선임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남긴 ‘내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는 명구(名句)를 인용하며 “젊고 역동적인 은행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40대 은행장의 행동반경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조흥은행의 한 임원은 “1년 전까지 ‘은행장과 부장’이었던 전-현직 은행장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느냐에 따라 신임 행장의 위상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은행의 다른 고위관계자는 “위 행장이 막판에 ‘홍석주 카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홍 내정자는 또 “현재 합병이 논의되고 있지는 않지만 3∼5년 뒤의 조흥은행을 생각하면 혼자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흥은행이 정부지분을 팔고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은행간 합병의 핵으로 떠오를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전날 김경림(金璟林) 행장이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쉬고 싶다”며 사의를 표명한 외환은행은 2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때 후임행장을 결정하지 않기로 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행장추천위를 구성해 4월 말 임시주총에서 후임행장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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