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등불’ 실린 동아일보지면 유네스코파리본부에 전시

  • 입력 2002년 3월 12일 18시 17분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일제 암흑기에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가 동아일보를 통해 한국민에게 보낸 시 ‘동방의 등불’. 이 시가 게재된 1929년 4월2일자 동아일보 지면이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본부에 전시됐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후원으로 유네스코 인도대표부와 주프랑스 인도대사관이 주최한 ‘타고르와 프랑스’ 전시회가 11일 유네스코본부 전시실에서 500여명의 각국 외교사절과 타고르 연구자,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6일간의 일정으로 개막됐다.

이 전시장 한쪽 편에 타고르가 동아일보에 건네준 영시 ‘동방의 등불’ 원문과 주요한(朱耀翰) 선생의 번역문, 타고르의 사진 등이 게재된 당시 동아일보 2개면이 전시됐다. 전시된 지면은 주최 측이 동아일보에 요청해 입수한 사진 복사본.

전시된 지면 옆에는 ‘이 시는 한국 신문 동아일보 1929년 4월2일자에 실렸다. 타고르는 자신을 한국에 초청한 동아일보에 이 시를 써줬다. 당시 한국은 일제 지배 하에 있었다’라는 짤막한 영어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전시회 준비를 총괄한 타고르 연구가 아자리 아룰란돔은 “인도에서 성인으로 추앙 받는 타고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던 한국에 깊은 관심과 격려를 보냈다는 사실이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새롭게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장재룡(張在龍) 주프랑스 대사는 “국제무대의 전시회에 한국 신문이 전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며 “동아일보의 전시는 암흑기에 한국의 밝은 미래를 내다봤던 타고르의 예지가 일제에 저항했던 신문에 실린 것을 널리 알리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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