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회장 "한국기업 들쥐떼 근성"

  • 입력 2002년 3월 12일 18시 51분


정부의 규제위주 정책 등을 비판하면서 적극적으로 재계의 목소리를 내온 박용성(朴容晟)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번에는 ‘들쥐떼 근성’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기업 반성론을 펴 눈길을 끌었다.

박 회장은 12일 서울 포스코센터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포철 사외인사 초청특강’에 강사로 참석해 “(어느 사업이) 좋다는 소리만 있으면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들쥐떼처럼 한꺼번에 뛰어들어 망했느냐”며 “기업들은 충분한 검토도 없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시장을 어지럽히는 관행에서 시급히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첨단병(病)을 앓고 있다”면서 “누구나 첨단기술을 좋아하지만 진정한첨단기술은 굴뚝기업과 합쳐져야 의미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국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감량경영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진정한 구조조정은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또 “전문경영인이 대우받는 사회를 열어야 한다”면서 “젊은이들이 앞으로 되고 싶은 사람들이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 같은 전문경영인 중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관훈클럽 초청 연설에서 “대기업 경영을 ‘문어발 경영’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중심을 잡는 기업은 문어보다 발이 10배나 더 있는 ‘지네발 경영’을 해도 괜찮다고 본다”고 말해 ‘지네발 경영론’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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