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월드컵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21세기 국운 융성을 위한 3대 당면과제의 하나로 천명한 바 있다. 월드컵대회가 성공하려면 좋은 경기장 시설은 물론이고 교통, 문화, 관광, 숙박 등 많은 분야에서 체계적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의 월드컵 개최도시는 각각 문화월드컵, 과학월드컵, 환경월드컵 등의 이름으로 월드컵의 분위기가 한층 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과연 대표할 만한 것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21세기는 환경의 시대로 생명가치와 환경의 질이 존중되는 ‘환경지속가능성’ (environmental sustainability)이 모토로 내세워지고 있다.
이에따라 국제 스포츠대회에서도 환경 친화적 개최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정착되어 환경이 경기의 성적과 경제적 파급효과 못지 않게 성공의 주요 관건이 되고 있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은 무공해 환경올림픽의 원년을 선언해 경기장 건설과 운영 등에서 환경 친화적 노력을 시작했다.
2000년 호주 시드니 하계올림픽에서는 환경지침에 따라 폐기물 매립지 위에 경기장을 건설하는 등 환경올림픽의 모범을 보여주었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는 환경을 스포츠, 문화와 함께 ‘올림픽 3대 정신’으로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월드컵대회 개최를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은 환경 친화적 대회 개최에는 비교적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개최 도시 중 서울시는 이번 월드컵대회를 환경월드컵대회로 꾸민다는 계획 아래 ‘환경월드컵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기본지침을 작성해 월드컵의 환경 친화적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경기장 주변 생태계의 복원과 보존, 대기질 개선, 대중교통 체계 개선, 쓰레기 발생 억제, 환경을 고려한 응원 권장, 관련시설의 사후 활용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월드컵은 비단 서울시만 추진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월드컵은 일본과 공동 개최하기 때문에 양국의 모든 생활양식이 TV 화면과 관광객들의 시야에서 비교된다.
일본이 우리보다 ‘선진화’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일본과의 차별성을 위해서도 그동안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 환경 선진국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내적으로는 환경수준의 도약과 지속 가능하며 지역 간 균형이 있는 국가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으며, 변화된 환경과 환경 친화적 대회 운영을 통하여 2002년 월드컵대회를 환경월드컵대회의 효시로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계, 산업체, 시민단체 및 정부 역량의 결집이 필요하다.
김윤신 한양대 교수·환경학·서울시 환경월드컵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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