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강원 영월 평창 정선군을 끼고 흐르는 한강 최후의 비경이라는 점은 둘째 치더라도 수달 어름치 등 천연기념물만 12종에 이른다. 또 보호대상종이나 고유동식물도 집단 서식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생태계의 보고라니 물 얻겠다고 흉물스러운 댐을 쌓아 이들을 고스란히 수장시키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동강의 자연가치가 한해 1118억원에 이른다는 학계의 보고서도 나와있다.
▷정작 문제는 다음에 벌어졌다. 댐 건설이 백지화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동강은 허연 거품이 둥둥 떠다니는 더러운 강이다. 카페와 음식점이 촘촘하게 들어선 강 주변 모습은 경기 남양주시의 양수리 카페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래프팅을 한다며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드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들이 떠난 자리엔 으레 쓰레기가 넘쳐난다. 강바닥 다슬기까지 보이던 맑은 물은 탁한 2급수로 전락했고 심심찮게 나타나던 비오리와 수달도 사라진 지 오래다. 동강이 전혀 동강답지 않으니 이제는 ‘차라리 댐을 세웠더라면…’하는 자탄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일본 시코쿠(四國)에 사만토가와(四萬十川)라는 강이 있다. ‘일본 최후의 비경’으로 불리던 이 강도 한때 관광객 때문에 동강처럼 몸살을 앓았던 모양이다. 그러자 처음엔 짭짤한 수입 때문에 좋아하던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솔선해서 ‘사만토 헌장’을 만들고 환경보호에 나선 끝에 맑은 물을 되찾았다고 한다. 지자체가 앞장서 난개발을 부추기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환경부가 동강일대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장 불이익을 당하는 이는 분통이 터지겠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도 전 국민의 염원을 담은 ‘동강 헌장’ 하나 만들면 어떨까 싶다.
최화경 논설위원 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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