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삼성에버랜드 환경R&D센터 김혜주실장

  • 입력 2002년 3월 17일 18시 05분


김혜주 실장 / 삼성에버랜드 환경R&D센터
김혜주 실장 / 삼성에버랜드 환경R&D센터
김혜주 환경R&D센터 실장(49)은 삼성에버랜드에서 ‘물에 미친 여자’로 통한다.

그는 건국대 원예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베를린대 공과대학에서 ‘자연환경계획학’ 석·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하천 비탈면 농지 수풀 등의 복원에 대해 주로 공부했습니다. 독일로 건너가서는 하천에 대해서만 집중했죠.”

도시에서는 하천도 인공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콘크리트로 블록을 쌓고 바닥을 다지고 가장자리엔 보도블록과 잔디밭을 조성하면 자연이 죽고 인간이 죽는다는 게 김 실장의 생각이다. 김 실장은 자연형 하천공사와 비탈면 녹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지난해 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식물생태, 조경학 분야 연구원 3명 등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김 실장이 참여한 환경복원 공사는 양재천 과천구간, 수지 정평천, 수원 서호천, 용인 쇠내실천, 농서천 등 수도 없이 많다. 무주 반딧불이 복원공사에도 참가했다. 그가 가진 특허만 해도 10여건. 서울시 하천관리위원회 심의위원, 환경부 자연환경분과위원회 자문위원 등 감투도 여러 개다.

이처럼 하천환경 분야에서 중요한 인물로 떠올랐지만 여성에 대한, 혹은 여성 스스로의 편견을 생각하면 김실장은 씁쓸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귀국한 뒤 가진 첫 직장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었어요. 그때 시공 현장에 나가서 이런 저런 지시를 내리고 있는데 ‘여자가 어디서 소리 지르느냐’며 일꾼들이 장비를 버리고 돌아간 적이 있어요.” 김실장의 말은 이어졌다.

“이런 풍토가 만연한데는 여성 직장인들의 책임도 있어요. 남녀평등을 외치면서도 정작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물러서는 여성들이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시공현장에서 장화 신고 작업복 입고 손에 흙 묻혀가며 일하는 여성은 드물지요. 선진국과의 차이점입니다.”

김실장은 환경 관련 기술뿐만 아니라 의식수준까지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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