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명의 시민은 대회가 열리는 5시간여 동안 연도에 늘어서서 선수들을 격려했고 가족이 함께 나온 일부 시민은 골인지점인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을 찾아 화창한 봄날을 즐기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5시부터 삼삼오오 집결장소인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해 준비운동을 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가족과 함께 나온 참가자는 사진을 찍거나 플래카드를 들고 힘차게 완주 의지를 다졌다.
16일 저녁 충남 천안에서 올라왔다는 대학생 김영구씨(25)는 “출발 총소리와 함께 내딛는 사람들의 발소리를 들으면 마치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고 마라톤 예찬론을 펼쳤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동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신순화씨(32·여)는 레이스 내내 긴장감 속에 달려야만 했다. 남자 친구가 며칠 전 프로포즈를 했는데 그 답을 이날 결승점에서 해주기로 한 것.
신씨는 출발 전 “5시간은 넘길 것이라고 말했는데 기다릴지 모르겠다”며 “만약 안 나와 있으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했다. 5시간40여분 만에 결승점에 도착한 신씨는 결승선에서 기다리던 남자 친구를 발견하고 힘찬 포옹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대회에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 출전한 아버지와 병마를 이기고 대회에 참가한 아버지를 위해 응원을 나온 딸 등으로 가족애가 넘쳤다.
오랜 기간 천식으로 고생해온 열 살 난 딸의 쾌유를 기원하기 위해 광주에서 온 조영호씨(41)는 “딸에게 반드시 건강해져서 다음 대회에는 함께 뛰자는 약속을 했다”며 “완주한 뒤 딸과 함께 달리기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7세 아들을 데리고 대회에 참가한 이민호씨(44·회사원)는 “평소 몸이 약한 아들에게 달리기를 통해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아직은 나이가 어려 뛸 수 없지만 언젠가는 함께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4년 전 간암으로 간 일부를 떼어낸 이상도씨(53·회사원)는 출발 전 새미(22) 어진(20) 등 두 딸의 격려를 받았다.
이씨의 두 딸은 “아버지가 간 수술을 받으신 뒤 건강을 위해 3년 전부터 마라톤을 시작하셨다”며 “꼭 건강한 모습으로 완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격려했다.
○…이날 레이스에는 이색 참가자도 많았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사는 김수열씨(37·학원경영)는 4시간반 동안 줄곧 줄넘기를 하며 풀코스를 완주했다. 줄넘기아카데미를 경영하는 김씨는 “월드컵 16강을 염원하고 세계 최초로 줄넘기로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스터스 부문 참가자 중에는 자신의 직장을 홍보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이도 많았다. 증권거래소 마라톤 동호회(증마동) 회원 11명은 ‘종합주가지수 1000’이라고 쓴 머리띠를 두르고 가슴에는 ‘선물시장 세계 1위’라고 보디페인팅을 한 채 나타나 눈길. 얼굴에 상한가를 나타내는 표시(↑)로 페인팅을 한 회원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횟집을 경영하는 문정복씨(46)는 올해도 어김없이 반바지에 주방장 모자를 쓰고 흰색 요리복을 입은 채 일식용 젓가락을 들고 뛰어 눈길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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