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교 보충수업 부활]공교육 내실화방안 내용

'학원 안다녀도 될까'

《교육인적자원부가 18일 발표한 ‘공교육 내실화 방안’은 사교육 수요를 교내로 흡수하기 위해 방과후 교육을 학교장 자율로 실시할 수 있게 하고 2월 수업폐지, 학원운영시간 제한 등의 중요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일선 고교 교육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현정부 들어 교육개혁 차원에서 강력하게 억제해 보충수업을 사실상 허용함으로써 학교가 학원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논란이 예상된다.》

▽보충수업 부활〓교원 학생 학부모의 합의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을 자율 운영할 수 있게 허용했다.

특기 적성교육 뿐 아니라 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목도 가르칠 수 있고 외부 학원강사를 초빙해 교내에서 특강반을 운영할 수 있어 사실상 보충수업을 허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대신 모든 학생에게 반강제적으로 시키는 일괄적 보충수업은 금지하고 희망자에 한해 실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보충수업은 공교육 파행 등의 이유를 들어 99년부터 연차적으로축소돼 지난해 전학년이 전면 금지됐고 비교과 관련 특기 적성교육활동이 권장돼 왔다. 그러나 일선 고교에서는 ‘영어회화반’ ‘토익 토플반’ ‘논술반’ 등의 이름으로 특별교육을 실시하면서 실제로는 가짜 시간표를 만들어 놓고 국영수 위주의 대입 준비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제 학교도 학원과 경쟁해 교육의 질을 높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2월 수업 폐지〓현재 겨울방학은 12월23일부터 2월3일경까지이며 개학 뒤 2주간 수업을 한 뒤 다시 2월 말까지 봄방학을 해왔다.

그러나 2월 수업은 사실상 ‘파장’ 분위기여서 거의 수업이 이뤄지지 않아 무의미하게 허송세월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교사 전보인사도 2월 하순경이어서 교사이동 등으로 교사들이 새 학기 수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이번 겨울방학부터 방학이 1월 5일경 시작해 2월 말까지 계속돼 학생이나 교사는 3월 새 학기에 곧바로 들어가면 된다.

학년별 교육과정은 12월 말 끝나고 교원인사도 2월 말에서 다소 앞당겨지고 2월에는 학년 배정을 위한 임시소집 정도만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야 학원운영 단속〓학원의 교습시간을 조례로 제한하고 있는 곳은 서울 대구 강원 충북 등 4개 시도. 학생 대상 학원의 경우 서울은 오전 5시∼오후10시, 충북 강원은 오전 5시∼오후 11시, 대구는 오전 5시∼오후 12시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례를 둔 4개 시도는 물론이고 제한 규정이 없는 시도에서도 학원들은 사실상 아무런 제한없이 심야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영업시간 제한이 없는 시도는 제한 규정을 만들도록 유도하고 오후 10시 이후 학생대상 학원의 심야 영업이나 수강료 초과징수, 등록외 교습과정 운영, 무자격 강사채용 등 불법 변태운영을 적극 단속할 방침이다. 수강료 온라인 입금제, 신용카드 결제 등을 통해 학원운영의 투명화도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체벌 허용〓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랑의 회초리’를 들 수 있도록 학생 교원 학부모의 공동 참여로 학운위 심의 등을 통해 학칙에 정하도록 했다.

교육적 체벌은 지금도 허용하고 있으나 학부모 항의 등 잡음을 우려해 교사들이 이를 포기했고 ‘교실 붕괴’에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교권 침해 사례가 빈발하고 교사 사기가 떨어져 불만이 높았던 만큼 교사의 권위를 세우준다는 차원에서 재천명한 것이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심야학원 단속제대로 될까▼

심야학원에 대한 단속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

교육인적자원부는 건전한 학원운영을 위해 영업시간 제한이 없는 시도교육청에는 조례를 만들도록 권고하고 이를 어기는 학원들은 강력하게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서울 대구 충북 강원 등 4개 교육청만이 ‘학원 설립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학원의 교습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교습시간을 연장할 경우 교육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적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단속 지침이 내려와야겠지만 단속 대상 학원 수에 비해 단속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비롯해 여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내 입시 및 보습 학원수는 2만4700여개. 이 중 강남 서초지역에만 4500여개의 학원이 있다지만 담당 공무원은 고작 3명 뿐이어서 행정기관이 새벽까지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래서 시민단체 등과 협조해 불법학원에 대한 신고를 받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수강료 초과징수 10∼20점, 무단 교수자 변경 30점 등인데 교습시간 위반은 벌점이 5점 밖에 안돼 학원들이 겁을 내지 않는다. 서울은 벌점이 66점을 넘어야 학원 등록이 말소된다.시도교육청은 일선 학교를 통해 학생들이 밤늦게 학원에 가는 일이 없도록 지도하고 한국학원총연합회와 일선 학원들에게 심야 수업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또 학원영업시간에 대한 규정이 없는 시도에서도 조례 제정에 아직은 미온적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심야학원의 부작용이 커지면 조례를 제정해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