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결코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

  • 입력 2002년 3월 19일 18시 08분


“미국은 결코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

‘자본의 시대’ ‘혁명의 시대’ ‘제국의 시대’ 등 근대사 3부작으로 유명한 영국의 원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85)은 18일 발간된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신호 인터뷰에서 이같이 단언했다.

홉스봄씨는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어떤 국가와도 전쟁을 벌여 승리할 수 있지만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미국은 과대망상증이라는 직업병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미국은 고대 로마제국과 19세기 대영제국의 역사에서 제국의 힘에도 한계가 있다는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또 대(對)테러전쟁에 대해 “미국이 어떤 장기적 계획이나 깊은 통찰 없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엄청난 폭발물이 내장된 나일강과 중국 국경 사이의 모든 나라(중동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불붙은 성냥을 던진 격”이라고 비판했다.

홉스봄씨는 미국이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등 세계를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립구조로 몰고 가는 것은 그들의 상투적인 세계전략이며 이는 냉전시대 구소련을 ‘악마의 제국’으로 묘사한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미국이 이들 3개국을 특별히 위협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은 난센스이며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이들 3개국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간에 가족적 관계가 있다는 유럽인들의 생각은 냉전시대의 관성적 사고일 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유럽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통합군이 필요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방위조약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홉스봄씨는 미국 공화당 행정부와 민주당 행정부간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군사적 위협정책을 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중남미에 대해 강압정책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82년 정년퇴임 때까지 런던대학 교수를 역임한 홉스봄씨는 근대사와 경제사 연구의 대가로 꼽히고 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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